유럽 대다수 지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각국 정부는 오히려 시민들에게 에너지 소비 자제를 요청했다. 최근 에너지 소비가 크게 늘어난 데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이 대두된 까닭이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쇼핑몰·영화관·기차역·공항 등에 에어컨 온도를 27℃ 이하로 내리지 못하게 하는 법령을 통과시켰다. 난방도 19℃ 이상 할 수 없다.
상점과 사무실 등은 오후 10시부터 불을 끄라는 지침도 내렸다. 'T셔츠를 입고 쇼핑하라'는 캠페인도 벌인다. 상점은 자동문 설치가 의무화된다.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는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상점에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수도 파리의 경우 최대 150유로(한화 약 2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독일 뮌헨은 아예 '피크 타임' 외 시간엔 신호등 불도 끈다. 베를린은 전승기념탑, 베를린 성당, 샬로텐부르크 궁전 등 공공명소의 조명 1400여개를 끄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이처럼 유럽 국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유는 러시아가 가스를 무시화하면서 에너지 대란이 우려돼서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정부 당시 에너지 정책고문이었던 제임스 보르도프의 말을 인용해 가스 대란이 유럽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