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절충안에 반발하는 분 없다"
박용진 "상식이 승리…다행스럽다"
'셀프면제'라는데 되레 친명계 반발
해제권 당무위에 부여, 현실적 최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당헌 제80조 개정 절충안이 이재명 의원을 위한 '셀프면제'라는 비판이 당밖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당내 분위기는 조용해진 모습이다. 절충안이 마련되는 과정 자체가 비(非)이재명계의 주장이 관철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어느 한쪽의 의견을 손들어줬을 때에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치집단이 반발하게 돼있다"면서도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들 중에는 절충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분들이 계시지 않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의 말대로 최근 수주간 당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당헌 제80조 개정 논란은 전날 비대위의 절충안 마련을 기점으로 사그러든 모양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당헌 제80조 개정안을 '위명설법(爲明說去)'이라 명명하며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비(非)이재명계도 조용해졌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KBC광주방송에 출연해 절충안 마련을 가리켜 "국민의 상식과 민심이 승리를 한 당연한 결과"라며 "다행스러운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정말로 당헌 제80조 개정 절충안이 이 의원을 위한 '셀프면제' '꼼수'라면 비이재명계가 반발해야 한다. 그런데 비이재명계는 만족스러운 분위기고, 오히려 친(親)이재명계 일부가 반발하고 있다.
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일개 검사의 정치적 기소에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당헌 제80조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마찬가지로 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로 분류되는 장경태 의원도 "우리 당의 동지를 노리는 수구 세력의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며 "공소권을 남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탄식했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논란이 불붙지는 않고 있다. 우상호 위원장은 친이재명계 일각의 반발에 대해 "선거에 출마한 분 외에는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선거용"이라며, 해당 절충안을 재론하지 않고 그대로 당무위와 중앙위를 거쳐 확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이 이처럼 전개되는 이유는 이번 비대위 절충안 자체가 비이재명계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래 전준위에서는 지난 17일 △현행 '기소시 당직정지'를 '하급심 판결시 당직정지'로 개정(1항) △당직정지 해제 권한을 중앙당윤리심판원이 아닌 최고위원회에 부여(3항)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해 비대위에 상정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의총에서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3선 이상 의원들의 긴급 간담회까지 소집됐다.
절충안 자체가 비이재명계 주장 관철
전준위 개정안 '최고위 부여' 말 안되고
윤리심판원도 공천권자 외풍에 취약
'당무위 부여' 개정…개중 최선의 결과
3선 이상 의원 등 반대 측이 모은 목소리는 일부 비대위원들을 통해 전날 비대위에 전달됐다. 장시간에 걸쳐 진행된 비공개 비대위에서 1항은 개정하지 않고 현행 유지를 하기로 했고, 3항은 개정하되 최고위가 아닌 당무위에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모두 비이재명계의 주장이 관철된 결과다.
특히 직무정지 해제권이 당무위에 부여된 것은 개중 최선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고위는 당대표 포함 고작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게다가 그 중 2명은 당대표가 지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원내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을 합쳐 6명 중 2명만 당대표의 편을 들어도 과반이 마련되는 구조다. 전준위 개정안대로 해제권이 최고위에 부여되면 당대표에 있어서는 '기소시 직무정지'라는 규정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앙당윤리심판원도 독립기구라고는 돼있으나 원장과 전체의 절반인 내부 위원을 모두 당대표가 추천해 임명하기 때문에 실상은 독립성이 유지되기 쉽지 않다. 게다가 공천권자로부터의 외풍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내부 위원은 물론 외부 위원도 공천을 받아 원내에 진출하는데 뜻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위원도 9명밖에 안돼 '각개격파'가 용이한 구조다.
이에 비해 당무위는 규모 자체가 크다. 당헌에는 100명 이하로 구성하도록 돼있고 통상적으로 당무위원이 수십 명이다. 구성원도 원내대표·국회부의장·상임위원장·시도당위원장·시도지사 등 당대표에 의한 임명직이 아닌 독자적으로 선출되는 선출직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보니 의원총회 의장이 원내대표라 해서 의총이 원내대표 뜻대로 되지 않듯이, 당무위원회의 의장이 당대표라고 해서 반드시 당무위가 당대표 뜻대로만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설령 결론이 그렇게 나더라도 반대 목소리는 막을 수가 없다. 임명직은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지 못하지만, 선출직은 상대적으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문재인정권 때 입각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친문재인계 민주당 인사 일부도 기소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이재명계가 절충안에 만족하는 것으로 바라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직무정지 해제 권한을 반드시 어딘가에 줘야만 한다면 현행 윤리심판원이나 전준위 개정안에서의 최고위보다는 당무위가 개중 가장 낫다"며 "의총이나 중앙위에 주기는 어려웠던 만큼 당무위로 결정된 절충안에 비이재명계가 큰 불만을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