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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한미는 '이어달리기' 안하나 [강현태의 빨간맛]


입력 2022.08.22 07:00 수정 2022.08.22 05:4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비핵화 vs 한반도 비핵화

韓美 '결승선' 다른데

성과 기대하는 게

담대한 구상 아닌가

(오른쪽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뉴시스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전략)을 왜 외교부 북미국에서 만드나"


최근 해외 전문가들이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과 관련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역내 포괄전략을 짜는데 왜 미국 담당 부서가 총대를 멨느냐는 것이다.


한미 정상이 지난 5월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한국판 인태전략(ROK’s own Indo-Pacific strategy framework)'이라는 표현이 명시돼있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국판 인태전략이 구체화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관련 업무를 북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게 국내 한 전문가의 평가다.


한미 공동성명은 윤 정부 대외정책의 '바이블'로 평가된다. 일찍이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대내외에 천명했지만, 결국 한미 공동성명이라는 큰 뼈대에 살을 붙여가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미 공동성명에는 양국 대북정책의 공동목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로 명시돼있다. 하지만 윤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줄곧 내세우고 있다.


윤 정부는 대북정책을 '이어달리기'에 비유해왔다. 이는 역대 정부와 현 정부의 '정책 연속성'을 강조하는 의미지만, 현실에서 진짜 이어달리기는 한미 간에 이뤄져야 한다. 한데 한미는 서로 다른 '결승점'을 향해 내달리며 완벽한 호흡을 자신하는 형국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5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철시킨 내용이다. 해당 문구가 싱가포르 선언에도 담겨 있다는 점에서 '기존 합의 계승' 성격을 띠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지적 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윤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제를 인식했고,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면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어떻게든 '변경'을 꾀했어야 한다. 하지만 공동선언에 최종적으로 새겨진 문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였다.


윤 정부는 북한의 노골적 전술핵 위협을 계기로 비핵화가 남북 간 의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한데 '북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남측과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 가운데, 북한이 어느 쪽과 협상하고 싶을지는 뻔한 얘기 아닌가.


윤 정부 대북구상을 걷어찬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비핵화는 남북 간 의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우연이 아니다.


한미 '입장차'가 없어야 대북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건 '상식'이다. 한데 정책 목표부터 어긋난 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진행한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용어가 주는 차이가 공동성명 차원에서는 거의 없다"고 말한 뒤 "거의란 말도 빼겠다. 없다고 본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동의한다는 것"이라고 주워 담았다.


'어물쩍 봉합' 이후에도 한미는 한결같이 '다른 목표'를 외치고 있다. 다른 걸 같다고 우기면 같아지나. 이어달리기 주자들이 저마다의 결승점으로 내달리며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담대한 구상 아닌가.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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