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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먹는 하마①] ‘블루 카본’이 뭐길래…열대 숲 대비 탄소 흡수 50배


입력 2022.08.23 05:30 수정 2022.08.22 09:58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맹그로브숲·잘피림·염습지 탄소 흡수율

UN “육상생태계보다 50배 이상 빨라”

정부, 새로운 탄소 흡수원 찾기 나서

갯벌·바다숲 등 블루카본 가능성 높아

최근 탄소 흡수·저장 능력이 육상생태계보다 더 크다고 알려져 새로운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닷속 잘피림 모습. ⓒ한국수산자원공단

지구 건강 상태가 심상찮다. 세계 곳곳이 폭우와 가뭄, 홍수, 산불 등 다양한 형태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상기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를 꼽는다.


처방은 간단하다. 앞으로 온실가스를 덜 발생시키고, 발생한 온실가스를 최대한 빨리 줄이면 된다. 다만 이 방법을 실행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게 함정이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온실가스 주범인 탄소를 줄이기로 약속했다. 나라마다 얼마나 줄일지 계획을 세우고 기업에는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감축한 탄소를 사고팔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방안을 2021년 10월 27일 확정했다. 탄소 발생을 줄이는 방안과 함께 탄소 흡수를 늘리는 방안도 함께 담았다.


정부는 다양한 탄소 흡수원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 2670만t을 흡수하고, 탄소 포집·이용·저장기술 도입과 국외 감축 사업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부문별 감축 방안, 흡수원 활용 등을 통해 2018년 7억 2760만t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24억 3660만t으로 줄일 예정이다.


탄소 흡수원 확대에서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게 바로 ‘블루 카본(blue carbon)’이다. 블루 카본은 숲이나 정글과 같은 육상생태계에서 흡수하는 ‘그린 카본(green carbon)’과 달리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현재 연구 중인 바로는 블루 카본 탄소 흡수 속도는 육상생태계보다 훨씬 빠른(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루 카본은 2009년 유엔(UN) 보고서 ‘블루카본-건강한 해양의 탄소 포집 역할’에서 처음 언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흡수속도가 육상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 빠르다. 수천 년 동안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로 인해 블루 카본은 온실가스 감축 방법 가운데 하나로 매우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2019년 발표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서 블루 카본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공식 인정했다.


다만 현재 국제적으로 블루 카본 기능을 인정하는 것은 맹그로브숲과 염습지, 잘피림 3개 유형에 그친다. 맹그로브숲은 기수역(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지역)에 자라는 나무 종으로 열대나 아열대기후에서 주로 볼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염습지와 잘피림은 우리나라 연안 생태계에 분포한다. 염습지는 바닷물이 드나들어 염분 변화가 큰 습지로 염분에 강한 식물들이 자라는 곳이다. 잘피림은 거머리말, 새우말 등 현화식물(꽃을 생식기관으로 해서 밑씨가 씨방 안에 있는 식물군) 군락지를 뜻한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조성 중인 바다숲 모습.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가 본격적으로 블루 카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08년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 수립 이후 온실가스 배출거래제를 본격 준비하면서 블루 카본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 이후 정부 주도의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다. 2017년부터다. 2020년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2050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면서 블루 카본 보호·확대를 위한 로드맵이 완성됐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김종성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우리나라 갯벌에서 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갯벌의 탄소흡수 역할과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갯벌과 함께 정부가 최근 관심을 높이고 있는 블루 카본이 ‘바다숲’ 사업이다. 바다숲은 육지 산림과 같이 대형 바닷말이나 해조류가 번성해 건강한 바다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장소를 말한다. 수산생물 산란·서식처 기능과 함께 해양 수질 정화, 이산화탄소 흡수원 등 다양한 가치를 갖고 있다.


다만 갯벌과 바다숲 등은 아직 국제사회에서 블루 카본 효과를 인정받고 있지 못한 상태다. 정확한 탄소 흡수율과 저장 능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블루 카본 효과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국가 단위에서의 블루 카본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그 관리 노력을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현재 갯벌은 김종성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바다숲은 이기택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탄소 흡수율에 대한 학술적 근거를 조사 중이다.


해수부는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하는 블루 카본은 최근 탄소중립 정책의 중요 수단으로 세계 각국이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며 “지구 표면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뛰어난 기후조절 기능과 탄소흡수력을 가지고 있어 지속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체계적·과학적인 블루 카본 확대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육상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탄소 흡수원 논의를 해양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블루 카본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고, 갯벌을 비롯한 우리나라 해양 자원이 국제적인 공식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심국들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탄소 먹는 하마②]10년 공들인 ‘바다숲’, 실효성 논란 위기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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