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내년 하반기부터 中서 전기차 생산·판매
외국계 브랜드도 줄줄이 고배마신 中 전기차 시장…"쉽지 않아"
글로벌 입지 탄탄한 아이오닉5·EV6 등 내세워 반전 노려야
현대자동차가 사드(THHAD) 사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국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날렸다. 친환경 자동차를 앞세워 반전을 꾀하겠단 전략이다. 입지가 탄탄한 외국계 브랜드마저도 잇달아 고배를 마신 중국시장에서 현대차가 현지 브랜드라는 큰 벽을 넘어 재기에 성공할지 자동차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전기자동차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어떤 차종이 판매될 지 확정되진 않았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재도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중국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사드 사태가 시작된 2016년 7.35%에서 올해 1월 1.7%까지 감소했다.
또한 중국 전기차 시장을 자국 브랜드가 장악하면서 다른 외국계 브랜드들도 중국 시장에서 맥을 추리지 못 하는 상황이다. ‘궈차오(중국의 자국 브랜드 소비선호)’ 열풍이 짙어지면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던 외국계 브랜드들이 뒤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기차 판매 상위 10위 중 해외브랜드는 테슬라 뿐이었다. 1위는 중국제일자동차그룹(FAW)과 폭스바겐의 합작사가, 2위는 BYD가 차지했다. 2위인 BYD의 판매량만해도 39만대로, 테슬라 판매량의 3배에 달했다. 이어 상하이GM우링(SGMW), 치루이(奇瑞), 샤오펑(小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올인 한만큼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 경쟁이 만만치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현대차가 14억명이라는 잠재수요를 지닌 중국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중국은 유럽과 함께 꼽히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란 나라자체가 정치적 리스크 등으로 투자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시장 규모가 워낙 크니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완전히 포기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에서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의 입지가 확대되면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이오닉5와 EV6는 출시 이후 전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는 아이오닉5를 올해 최고의 전기차로 선정했으며, EV6는 유럽 자동차 전문지들의 비교평가에서 폭스바겐을 제치고 연승을 달성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아이오닉5와 EV6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중국에서만큼은 친환경과 프리미엄을 제외한 나머지 라인은 최대한 정리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을 글로벌 시장이 아닌 별도의 시장으로 보고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시장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