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이다. 최근 들어 짜증스럽고 퉁명스럽게 ‘아 몰라’ ‘묻지마’ 라고 말하며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딸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든 것인지 궁금했다. 화낼 일이 아닌데 부쩍 화를 내거나 과도하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워킹맘인 A씨는 유아기까지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겨 실질적인 육아는 초등학교 때부터였다고 말했다.
사춘기는 다른 말로 ‘제2의 성장급등기’라고 불린다. 남아들은 만 13세 경에 사춘기에 접어들며, 여아들은 만 11~12세 경에 사춘기로 접어들게 된다. 여자아이의 신체적 성숙이 남자보다 빠른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 청소년이란 아동의 역할을 더 이상 갖게 되지 않으나, 성인 역할 행동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에 있는 자를 말하며,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으로 아동에서 성인이 되어 가는 과도기를 말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과도기의 위치에서 자신의 존재가치와 역할에 의문을 품으며 정체감을 찾기 위한 무의식적 갈등이 일어난다. 따라서 심한 자아의식, 주의산만, 열등감, 욕구좌절, 신체적 미성숙, 정신적 미성숙의 불균형에서 오는 정서적인 동요와 불만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 뇌발달은 영유아기 만큼이나 큰 발달과 변동이 일어난다. 뇌는 뇌간과 변연계가 빠르게 발달한 반면, 아직 대뇌(대뇌피질)이 덜 성장하였기 때문에 사춘기 자녀가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하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먼저 생각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매우 쉽다. 아동기보다 더 다양하고 고차원적인 감정을 느끼고 표출할 수는 있어도 이러한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것은 아직 이성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뇌영역인 대뇌피질의 전두엽 영역이 아직 덜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뇌 피질 가운데 판단력과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회백질은 뇌의 부피 성장이 끝나는 10대 중후반에 완성되며 급격한 발달을 이룬다. 다시 말하자면 이 시기엔 감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은 성인과 비슷하지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은 떨어진다. 감정과 충동을 제어하는 영역이 아직 매끄럽게 발달하지 않아 매우 민감하고 외부 환경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러한 발달의 변화로 사춘기 자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일 수 있다.
1. 불안감: 불안정하고 변화 폭이 큰 정서상태
2. 호기심과 모방심의 과대
3. 욕구불만이나 높은 회의감
4. 잦은 감정 변화, 예민한 감수성
5. 반항심, 거부감
6. 영웅심, 자기 우월성(남보다 우월해지고자 하는 심리)
사춘기 아이에게 부모로써 해줄 수 있는 역할은 이렇다.
첫 번째로, 변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다. 부모는 아이의 변화와 성장을 받아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독립적인 인격체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성인으로의 과정임을 인지하고 아이의 심리적 변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이를 수용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부모도 이러한 변화가 당황스럽지만 아이 역시 자녀가 갑작스런 신체 변화와 감정 변화에 대해 불안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과도기적 변화와 기분 변화에 대해 누구나 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강압적인 지시와 통제는 금물! 긍정적인 말투와 대화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화도 나고 배신감도 들겠지만 그런 감정보다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과도기적 상황임을 기억하고 긍정적인 말투와 격려로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를 많이 하고 싶다면 요즘 사춘기 자녀가 좋아하고 관심하는 것을 막고 걱정하기보다 함께 관심을 갖고 부모에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대화를 끌어주는 것이 좋다.
세 번째로, 학습에 대한 동기와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해야 한다. 사춘기 시기 감정적 정보와 처리는 학업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시기 아이는 감정적으로 학업이나 공부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생겨야 뇌에서도 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더 잘 기억하고 학습되게 된다. 오랜 시간 공부를 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공부하고 싶다’ ‘공부해서 목표를 성취 하겠다’라는 긍정적인 동기나 감정이 들지 않았다면, 공부는 머릿속에서 잘 기억되거나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공부에 대해 너무 거부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가게 되지 않도록 공부의 목적이나 성취에 대한 동기를 향상 시켜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존중해야한다. 그 선택이 실패일지라도 자각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해 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따라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시간과 선택권을 주고 실패에도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에게 실패와 성공을 통한 경험으로 생각이 확장되고 더 성숙해 질 수 있다고 알려주어 아이들이 스스로의 결정과 선택에 책임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애리 플레이올라 대표원장playhol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