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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원내대표직 아직도 안 내놓다니


입력 2022.08.29 07:07 수정 2022.08.29 07:03        데스크 (desk@dailian.co.kr)

책임져야 할 사람이 실권 쥐다니

욕심 과하면 실물로 감한다는데

대통령을 위기로 모는 윤핵관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런 정당이 대선에서 이겨 정권을 차지했다는 것이야말로 수수께끼다.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적 인기가 한 몫 했지만 어쨌든 국민의힘,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새 정권을 더 만만히 보고 우쭐거리는 까닭이 달리 있을까.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대표직을 차지한 이 대표가 앞으로 얼마나 정부 여당을 가볍게 대할지 불문가지다. 겨우 0.73%포인트 이겨 정권을 되찾았으면서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당권에만 눈독 들이는 모습들이라니!

책임져야 할 사람이 실권 쥐다니

이준석 전 대표가 윤리위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으면 흐트러진 당 지도부를 어떻게 추스를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게 순서였다. 그런데 당의 유력자라는 사람들은 누가 지휘권을 장악하느냐에 만 관심을 가졌다. 이참에 당권을 확실히 장악함으로써 다른 사람, 다른 세력이 범접을 못하게 하자는 의도가 훤히 읽히는 행보였다.


지난 7월 8일 이 전 대표가 징계를 당한 후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혀 필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될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달 26일 그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스마트폰 화면의 문자 메시지를 읽는 장면이 노출됐다. 윤 대통령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텔레그램 문자를 보냈다. 권 대행이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대통령은 ‘엄지척 체리’(버찌가 엄지손가락을 척 내미는 이모티콘)로 흡족함을 표했다.


바로 자신의 머리 위에 기자실이 있고, 기자들의 카메라가 항상 의원들의 스마트폰 화면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권 대행이 몰랐을 리 없다.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들키기 위한 제스처였다고 보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추측일 것 같다. 정권 내에서의 자기 위상을 과시하기엔 아주 적절한 계기이자 자료였다. 그러니 의도적 노출이었다고 볼 수밖에.


윤 대통령으로서는 본회의장 상황을 간과했을 수 있다. 더욱이 권 대행이 그걸 카메라 앞에 내보일 것을 예상하고서 그 메시지를 보내기야 했겠는가.


“봤지? 내가 이런 사람이야!”


그 문자와 ‘엄지척 체리’로 여당 내 위계질서는 확실하게 정해질 것이었다. ‘권성동 중심체제’로!


권 원내대표가 이런 추측에 억울해 할 수는 있다. 정말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다만, 정말 그랬다고 할 경우 그는 ‘눈치코치 없고 자질이 한참 모자라는 리더’라는 지적을 감수해야 한다.

욕심 과하면 실물로 감한다는데

어느 쪽이든 그의 직무대행 직 사퇴는 불가피했다. 그는 31일 그 자리를 내놨다. 문제는 그 정도로는 책임을 지는 것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지안아도 민심 이반이 심각한 양상을 보이던 중에 권 대표의 ‘메시지 퍼포먼스’는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에게도 치명타가 되었다. 권 의원은 당연히 원내대표 직도 내려놔야 했다. 아울러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던 사람들은 다 2선으로 물러나는 게 도리였다. 정부출범 때부터 윤 대통령에게 그만큼 부담을 줬으면 됐지, 상황이 어려워진 지금까지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을 일인가.


권 원내대표는 그 자리를 내놓기는 고사하고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까지 챙겼다. 9일 화상으로 열린 당 전국위원회는 대표, 대표 권한대행뿐만 아니라 직무대행에게도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부여하는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미 아흐레 전에 사퇴를 선언했던 권 원내대표가 (다시 직무대행 직에 복귀했는지 사퇴처리가 안 되고 있었던지)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비대위는 17일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그 일주일 전인 10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리고 법원이 26일 주 위원장의 직무집행 효력을 정지시킴으로써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의힘은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헌·당규를 정비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법원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및 항고 절차 진행하고, ▲이 전 대표 추가 징계를 촉구하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거취는 사태 수습 후 재논의한다는 등의 사항을 의결했다.

대통령을 위기로 모는 윤핵관들

진작 충분한 연구·검토와 필수절차를 거친 후에 비대위를 구성하든 뭘 하든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권 원내대표와 그를 중심으로 한 친윤 기득권 세력의 당 장악력 유지 욕심 때문에 너무 서둘렀다. 누가 보기에도 당의 ‘비상상황’은 꿰맞춰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주기를 바랐다면 너무 오만했거나 생각이 모자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욕심이 과하면 실물로 감한다’더니 권 원내대표, 주 (전)위원장의 처지가 그 꼴이 됐다.


아직 시간이 있다. 권 원내대표가 우선 자리를 내놓고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게 옳은 순서다. 권 대표에게 사태수습의 역할과 권한을 맡긴다는 것은 윤핵관 중심의 지도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럴 때는 잘 알려진 ‘윤핵관들’과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말을 들을 법한 중진들이 뒤로 물러서서 참신하고 유덕한 인사들에게 길을 터줄 일이다. 자신들이 아니라도 당 안팎에 똑똑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은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능지수는 높겠지만 감성지수가 국민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인상을 주는 나르시스트 이준석을 명분에서 압도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는가. 그러면서도 리더입네 할 것인가.)


윤 대통령도 윤핵관과 그들을 중심의 정치세력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게 능사일 수 없음을 깨달을 일이다. 그 사람들 권세 자랑하라고 국민이 표를 준 게 아니다. 대통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여당의 경쟁력을 있는 대로 떨어뜨리는 인사들을 감쌀 이유가 어디 있는가. 측근들에 대한 의리보다 더 중 것이 국민에 대한 의리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윤 대통령의 좌고우면을 이해하기 어렵다. 당 운영에 개입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윤핵관과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뜻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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