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도부', 추석 연휴 앞두고 호남 민심 달래기
李, 검찰 소환 통보 관련 처음으로 입장 직접 밝혀
"먼지 털기 하듯이 털다가 안 되니까 말꼬투리 잡아"
최고위원들, 尹 전두환에 빗대며 "싸워서 이길 것"
"오늘 이 자리에 앉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氣)를 받아서 힘 있게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노무현 국밥집'으로 유명한 광주 양동시장 내 '하나분식'에서 열린 상인회 간담회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멀리 떠나셨지만 여전히 우리 민주개혁 진영과 민주시민들의 가슴 속에 남아 계신 분이고, 또 끊임없이 우리에게 열정·용기·투지를 되살려주시는 분"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 국밥 드신 자리'라고 표시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이 대표는 "저보고 자꾸 눈물을 훔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부족해서 많은 분들을 고통 받게 하는 것 같아서 정말 역사의 죄인이 된 것 같다"며 "민주당이 더 노력해서 더 유능한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지난 1일 성남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이 대표에게 오는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해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李, 檢 소환 통보에 불쾌감 표시…출석 여부 두고선 당내 의견 분분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통보에 대해 이날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찰·검찰을 총동원해서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 먼지 털기 하듯이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 가지고 꼬투리 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맡긴 권력을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민생을 챙기고 위기를 극복하는데 써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여부에 대해선 함구했다. 다만 이 대표 주변에선 출석 여부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양부남 당 법률위원장은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느냐'는 물음에 "출석하실 것이다. 출석하실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성준 대변인은 "(지금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고,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다"며 양 위원장과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이 대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경우 사법 리스크가 더욱 부각 돼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와 검찰에 출석해 떳떳하게 무혐의를 주장하며 정면 돌파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대변인은 '검찰이 이 대표에게 소환 통보하기 전 서면조사를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검찰이 소환조사를 하겠다고 한 사건 3건 중 2건은 이미 서면조사에 응했고, 나머지 1건은 준비 중이었다"며 "검찰의 주장은 옹색한 변명이자 명백한 야당 탄압·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윤석열 검찰'을 향해 맹비난을 퍼부으며 '이재명 엄호'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야당 대표를 상대로 맞을 때까지 때리겠다는 검찰의 '두더지잡기 식 수사'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대통령 부인의 주가 조작과 논문 표절,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과 수주 특혜, 대통령 취임식 문제 인사 초청과 고가 보석 신고 누락 등 살아있는 권력을 둘러싼 차고 넘치는 의혹들에는 철저히 눈 감으면서, 정치 보복에는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공화국을 우리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5.18 정신의 촉발이 무엇이냐. 죄 없는 김대중 잡아갔던 전두환이나 죄 없는 이재명을 잡아가겠다는 윤석열, 뭐가 다른가"라며 "이것은 이 대표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전체의 문제이고, 진보민주개혁진영에 대한 도발이다. 대동단결해서 반드시 싸워서 이길 것"이라고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 대한 소환 통보가 국회가 열렸던 어제 이뤄졌다"며 "야당과의 협치, 입법부의 존중 이런 것 따위는 내팽개쳐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야당 대표가 민생을 위해 영수회담을 요청하자마자 윤석열 정권은 출석 요구를 했다. 선의로 내민 손을 비틀고 꺾은 것"이라며 "추락하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여당 내 추악한 권력 다툼을 가리기 위해 제1야당 대표를 정치보복 하며 망신주기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비정한 정치와 유치한 정치보복을 당장 그만두라"며 "검찰을 호위무사처럼 가지고 야당과 국민을 탄압하는 것에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윤석열 검찰이 의도하는 그림과 목표는 뻔하다. 이 대표를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면 추석 민심과 지지율을 동시에 반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충성 경쟁하듯 윤석열 검찰은 전두환이 정치를 잘했다고 찬양했던 신군부의 전철을 밟고 있음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李, '노무현 국밥집'서 尹정부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비판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양동시장을 둘러보며 지역화폐를 이용해 떡과 과일 등을 구매하기도 했다. 일부 상인들과 시민들은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이 옳다", "사랑해요"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시장 상인회와의 간담회에선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지역화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고 시장에서 알아서 각자도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아서 참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경악스러운 것은 지역화폐는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한테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근데 왜 (지역화폐 예산을) 다 삭감해서 지방 정부들도 할 수 없게 만드는지 정말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유통 대기업들의 매출을 늘려주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예산 심의 과정에서 서민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을 우리가 되살릴 권한은 없지만, (여당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 많이 복구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30일 국무회의에서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는데, 지역화폐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올해 지역화폐 국고 예산은 본예산 기준 6053억 원, 추가경정예산 기준 7053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