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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5원 뚫은 원·달러 환율...외환보유액 위기론 다시 ‘고개’


입력 2022.09.05 09:57 수정 2022.09.05 10:01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8월 말 4364억 달러, 올해만 277억 달러↓

환율 폭주 “연말 1400원도 열어놔야”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원 오른 1365원에 개장했다.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만에 1365원을 터치하면서,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강달러 기조에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4400억 달러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금융위기 수준의 레벨 상단을 시도, 1400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분위기다. ‘경제 안전판’인 외환보유액의 감소를 두고 외환당국은 문제될 수준은 아니란 입장이지만, 낙관론만 펼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화자산 운용수익,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은 늘었지만 미국 달러가 약 2.3% 평가 절상되면서 외환보유액의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든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3월 이후 4개월 연속 뒷걸음치다가 7월 소폭 반등했으나 다시 한 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7월 말 기준(4386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12월말(4631억2000만 달러) 이후 7개월 간 266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이같은 외환보유액 감소는 미국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자 통화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매도한 영향이 크다. 문제는 통화 당국의 노력에도 원달러 환율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줄곧 연고점을 경신해오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65원까지 터치했다. 지난 2009년 4월 21일(장중 고가 1367원) 이후 13년 4개월여만이다.


시장에서는 최근의 환율 발작 증세에 상단을 1400원 이상 열어놔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분간 원화 강세 요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고환율이 지속되면, 외환당국은 매도시장 개입 강도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즉 외환보유액이 더 줄어들것이라는 뜻이다.


통화 당국은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환율 급등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라 우리나라 통화만 절화되는 것이 아니고, 국내 외환시장에 유동성 문제도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50%를 놓고 봤을 때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걱정하는데, 제가 IMF에서 왔다”며 “IMF 어느 직원도 우리나라에 적정수준 대비 150%까지 외환보유액을 쌓으라고 얘기할 사람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전 세계 9위라 외환보유액이 큰 국가는 그런 기준은 의미가 없고, 150% 기준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환당국 개입으로 외환보유액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시선이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과도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막기 위해 달러 매도를 통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이 필요하다”면서도 “외환보유액이 지속 줄어들면 다른 국가들에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외환위기가 발생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1400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며 “무역적자도 5개월째 적자가 심화되서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염려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환율 시장 안정을 위한 ‘빅스텝(기준금리를 0.5%p 인상)’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고, 장기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상시 채널 계약 등을 맺으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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