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발효로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 70% 무더기 탈락
내년엔 광물·부품 비중도 충족시켜야…美 전기차 패권 목표와 '상충'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미국에서 판매중인 전기차의 70%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무더기 탈락했다. 국내에서 아이오닉 5·EV6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차·기아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내년부터는 중국산 광물·부품 비중도 크게 축소해야 보조금 지급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만큼 지원 대상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전기차 패권을 노리는 미국의 의도와도 상충돼 법안 유예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6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북미산 전기차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올해 보조금이 적용되는 차량을 공개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로 아우디, BMW, GM, 크라이슬러, 포드, 지프, 링컨, 닛산, 리비안, 테슬라, 볼보 등이 제조한 21개 모델이 지급대상으로 선별됐다. 이중 테슬라와 GM의 경우 북미 제조 기준을 충족했지만 보조금 지급 최대 한도인 20만대를 초과해 내년부터 적용을 받는다.
미국 정부는 IRA 기준에 따라 내년 1월 새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 명단에 들려면 북미에서 전기차를 제조할 뿐 아니라 해당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부품·광물의 북미 제조 비율까지 충족해야 한다.
미국 판매용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기아 등은 당장 타격을 입게 됐다. 가격경쟁력에서 다른 글로벌 브랜드에 밀려 판매가 감소하면 올 상반기까지 끌어올린 미국 시장 점유율(약 9%)을 방어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불똥은 현대차·기아 뿐만이 아니다. '최종 조립' 요건에 해당해 보조금을 지원받은 완성차업체들도 내년부터 북미산 광물·부품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곧바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격 경쟁력 하락은 판매와 직결되며 이는 결국 미국 시장 내 도태를 의미한다.
일례로 포드는 전기차 모델인 머스탱 마하-E(Mustang Mach-E)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LG 배터리는 현재 유럽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배터리 50% 이상을 북미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IRA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욱이 IRA가 중국산(CATL)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어 포드의 북미 전기차 생산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뿐 아니라 광물 비중도 충족해야 한다.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광물'이라는 조건이 달린 만큼 전기차-배터리사들은 원료 수입선 다각화를 서둘러야만 한다.
광물 비중은 내년 40%를 시작으로 매년 10%p씩 상향돼 2027년에는 이 비중이 80%로 확대된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그간 캐나다, 호주, 칠레 등에서 원자재 공급 규모를 늘려오긴 했지만 미국이 내건 기준을 충족하기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배터리 핵심 소재로 쓰이는 수산화리튬, 코발트의 경우 중국산이 대부분이어서 이를 단기간 내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 포스코가 아르헨티나에 리튬공장 투자를 진행중이나 완공 시점이 2024년이어서 이 기간 생산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북미에서 아무리 수십 만, 수백 만 단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는 북미 시장에 진출한 대부분 완성차-배터리업체들의 공통 사안인만큼 IRA가 유예·수정 없이는 보조금 대상이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철저한 자국산 우대 정책은 전기차 패권 장악이라는 목표와 제대로 상충돼 IRA 유예 또는 시행령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기차 1대 생산이 아쉬운 상황에서 IRA라는 장벽으로 완성차-배터리사들의 입지를 줄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종 조립 기준으로만 보조금 대상을 선정했는데도 70%가 무더기로 제외됐다. 내년에는 광물·부품 비중도 보기 때문에 지급 대상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완성차-배터리업체들의 준비가 일정 기간 필요한 만큼 미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