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인사 카운트 다운…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삼성, 전자 중심 변화폭 클 듯…SK는 20% 임원 감축 가능성
현대차·LG, 성과주의 기조 속 미래 경쟁력 강화에 방점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재계 인사 핵심 키워드로 변화와 쇄신이 거론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경쟁력 악화가 줄곧 거론돼온터라 DS(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경영진에 대폭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다른 그룹들도 하반기 사업보고회 논의를 기반으로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과감히 메스를 대는 한편, 성과가 뚜렷한 계열사나 사업부문 책임자는 적극 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새로운 글로벌 무역·통상 전략 수립이 요구됨에 따라 핵심 포지션을 중심으로 조직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예년 보다 앞당긴 이달 중 삼성전자를 필두로 계열사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올해 인사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지난달 8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며 사과문을 낸 것을 미루어 임원 교체폭이 상당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전 부회장이 최근 DS 부문 소속 임원들과 릴레이 토론회를 갖고 있는 것도 이번 인사와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DS 핵심축인 메모리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등 각 사업부 사장단 뿐 아니라 부사장급 일부 보직까지도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양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인재 전진배치가 주목된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외부 인사 영입이라는 파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선방한 모바일(MX)·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에서는 반도체만큼의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스마트폰 성장이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AI폰'으로 내세운 갤럭시 24시리즈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내년 글로벌 경영환경이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해 삼성전자 경영진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관록있는 경영진을 중용하며 위기 속 안정에 주안점을 뒀었다.
내년부터는 더욱 적극적으로 조직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초격차 기술을 기반으로 실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룹 안팎으로 나온다. 조직에 혁신을 불어넣는 것과 동시에 차세대 기술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새로운 인물을 등용할 가능성이 있다.
공교롭게도 주요 사업부문 수장의 임기는 내년 초 만료된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CFO(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의 임기는 모두 2025년 3월까지이며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2028년 3월까지다. '쇄신'과 '변화' 기조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삼성의 인사 원칙인 성과주의가 그룹 내 계열사에도 두루 적용될지도 관심사다. 디스플레이(SDC)의 경우 TV 수요가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로 3분기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첫 여성 사장인 이영희 삼성전자 사장을 재작년 배출한 데 이어 올해에도 여성 사장 발탁이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SK그룹도 내달 초 사장단 인사를 통해 미래 경쟁력 준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특히 에너지 부문 재정비 차원에서 지난 5월과 6월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을 교체했다.
이후 지난 1일 SK E&S와의 합병 법인을 출범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3개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수장을 모두 교체하는 등 조직 정비에 나섰다.
이번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인사에서 O.I(운영 개선)와 가시적 성과를 강조한만큼 내달 초 단행할 그룹 인사에서도 해당 가치를 최우선으로 경영진을 새롭게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임원 수가 많게는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3분기 적자전환한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한 안정적 재무구조 창출 전략이 시급하며 SKC도 상반기 누적된 적자를 만회해야 한다.
다만 연간 최고 실적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는 성과주의에 따라 승진폭 확대가 점쳐진다. SK는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열린 'CEO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연말 인사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누적) 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이익 21조원을 넘어서며 고공행진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성과주의와 더불어 전기차 시대를 주도할 핵심 인재 중용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의 투자가 주춤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그간 쌓아온 브랙드력과 고수익 중심 믹스 개선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투자 고삐를 조이고 신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미래 준비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차원에서 현지 시장에서 성과를 낸 해외 법인을 비롯해, 영업·기술 연구개발(R&D) 등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욱이 내년부터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되면서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 등 친환경차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공급망 리스크 관리, 원자재 확보 방안 등에서 더욱 촘촘한 구상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 및 해외 공장 생산 전략과도 직결되는 만큼 정부와 긴밀히 협업해 협상력 제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내외 전략을 아우르고 설득 논리를 펼 인재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달 말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LG그룹도 '안정 속 변화'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LG그룹은 구광모 LG 회장이 주재하는 하반기 사업보고회를 진행중이다. 각 사업부 및 계열사별 성과를 보고 받은 뒤 이르면 이달 말 정기 인사를 실시할 전망이다.
올해 인사에서는 취임 초기부터 구 회장을 보좌해온 2명의 부회장단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다.
현재 LG그룹 내 부회장은 권봉석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으로 두 명 모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가전·전장을 앞세워 LG전자의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는 조주완 사장이 부회장단에 새롭게 합류할지 주목된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디스플레이 침체·차량용 부품 수요 감소 등의 여파로 부진한 상황이다.
LG화학도 시황 침체 속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작년 보다 실적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그간 '변화와 혁신'의 길을 달려온 구광모 회장이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단을 비롯해 주력 계열사 경영진 진용을 새롭게 구성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