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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114)] 밴드 전파사와 임원희의 ‘신바람’ 나는 만남


입력 2022.09.09 07:50 수정 2022.09.09 07:5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새 앨범 '신바람' 9월 6일 발매

배우 임원희 피처링 참여

ⓒ전파사

윤성훈(기타), 김대인(베이스), 강민석(드럼)으로 이루어진 3인조 싸이키델릭 밴드 전파사는 “때로는 촌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늘 수행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탐닉하는 록밴드”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한 가지 방식을 고집하진 않는다. 특히 지난 6일 발매된 새 앨범 ‘신바람’은 이들에게도 하나의 ‘모험’이었다.


앨범에는 ‘신바람’과 ‘아리랑’ 두 곡이 실려 있는데, 이 중 ‘신바람’은 그간 연주곡을 주로 선보여오던 전파사가 선보인 노래곡이다. 배우 임원희가 피처링에 참여하면서 재미를 더했다. 평소 이들 밴드의 정체성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원테이크방식’ 녹음도 이번 곡에서는 고집하지 않았다.


-밴드 전파사는 언제, 어떻게 결성된 팀인가요?


대인) 제가 해파리소년으로 활동하던 시절, 성훈이는 도나웨일이라는 밴드를 이끌고 있었고, 당시 같은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었어요. 나이도 동갑이라 금방 친구가 되었고, 언제가 한 번은 성훈이와 함께 밴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각자 다른 밴드 활동을 하게 되어 좀처럼 기회가 없었죠. 그러다가 2019년 여름 즈음에 성훈이에게 연락이 와서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성훈이가 이끌던 포스트록 밴드 모즈다이브에서 드럼을 치던 민석이가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민석) 원래는 모즈다이브로 활동하다가, 해체 후에 저는 따로 밴드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성훈이형과 대인이형이 새로운 밴드를 한다고 했고, 고맙게도 먼저 연락을 주셔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밴드 전파사로서의 활동이 구성원들 각각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대인) 저는 밴드 팎에서 기타치고 노래를 하고 있지만, ‘전파사’에서는 베이스를 맡고 있어서 심리적 부담이 조금 덜하고, 좀 더 신나게 연주할 수 있어서 나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훈) 전파사를 하면서 기존의 하던 밴드들과는 좀 다르게 ‘가볍고 재밌게 그리고 생각보단 느낌대로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물론 거기에는 중심을 잘 잡아주는 대인이나 민석이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신뢰를 주는 연주력과 아이디어, 각자의 경험치가 있어서 기대했던 대로 딱 맞게 굴러가는 재미를 느끼며, 밴드 구성원으로서 임하고 있습니다.


민석)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표현들을 드럼 연주 안에 쏟아낼 수 있어서 스트레스 없이 하고 있습니다.


-밴드로 활동하는 것이 어려움이 많은 현실인데요. 팀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대인) 아무래도 사람끼리 하는 일이다 보니 서운할 때도 있고 화날 때도 있고 그런 것이 밴드인 것 같아요. 다들 경험치들이 많아서 그런지 서로가 서로에게 배려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석) 역시 공연을 하면 할수록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유대감이 깊어지는 느낌.


-대인 씨가 전 인터뷰에서 ‘전파사는 사이키델릭 댄스를 수행하는 수도승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셨어요. 멤버들이 생각하는 ‘전파사’는 어떤 밴드인가요?


성훈) 지금을 살아가는 삶의 한 조각이랄까요. 스테이크보다 껍데기에 소주 한 잔이 어울리는 밴드에요.


민석) 유머러스하지만 무대에서는 한 번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동네 삼촌들?(웃음)


-이미 멤버들이 밴드 활동을 통해 경력을 쌓아온 분들이잖아요. 내공이 있다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각자의 색깔이 진하다 보니 의견을 취합하는 것에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대인) 다들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긴 한데, 대체적으로 조율과 취합도 잘 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간혹 투닥거리긴 하지만, 크게 부딪힌 적은 없어요. 두 형들 사이에서 민석이가 잘 따라와 주는 것이 가장 고맙죠.


성훈)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들이라 판단이 빨라요. 또 시간이 많지 않은 생활형 밴드라 바로 해보고 바로 결정해요. 들어보면 서로 알죠. 어떤 게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니까.


민석) 색깔과 방향은 다를지 몰라도 어찌 되었든 마지막에 도달하려는 곳은 가까운 것 같아서 그 안에서 합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전파사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이번 앨범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대인) 기획은 작년 말 부터였던 것 같아요. 사실은 곡을 더 만들어 LP 발매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걸 깨닫고 방향을 조금 바꾸게 됐죠.


성훈) 대인이 말 대로 노래를 더 만들어서 발매하고 싶었지만, 이미 녹음한 노래들이 또 그 시기가 너무 지나면 흥미가 떨어질 거 같았어요. 그래서 빨리 발매를 하고 다음 노래를 또 만들자 라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신바람’은 어떤 곡인가요?


대인) 작년에 저희가 은평문화재단 산하에 있는 은평생활문화센터의 협력뮤지션으로서 1년간 생활을 했어요. 그 당시 은평구 관련 음악을 만드는 미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파사 최초의 노래와 가사가 있는 곡이 탄생하게 된 거죠. 하지만 이번에 발매한 음악이 오리지널이고요, 은평구 쪽에 제공한 음원은 편곡도 다르고 노래도 저희가 직접 한 다른 버전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원래 전파사는 노래 없이 연주곡을 발매해왔어요. ‘신바람’에 가사를 입힌 이유가 있나요?


대인)아무래도 ‘은평구 미션곡’이었던 것이 제법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물론 저나 성훈이는 과거에 노래가 있는 곡들을 많이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서 노래있는 곡을 만드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연주만 하는 전파사라는 밴드에서는 약간의 모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생각이 많이 달라졌지만요.


성훈) 미션이 ‘은평구를 상징하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연주곡만 늘 하던 전파사 입장에선 노래있는 곡을 만드는 게 모험이기도 했었는데, 이참에 노래 있는 것도 해볼까란 마음으로 그렇게 만들어 보게 된 거죠.


민석) 최근 들어 성훈이형이 작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배우 임원희 씨와 함께 작업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인연이 됐나요?


대인)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리지널 버전은 저희 앨범에 수록하기 위해 따로 가지고 있던 상태였고, 당시 친분이 조금씩 쌓이고 있던 원희 형에게 보컬 피처링을 부탁해보면 어떨까 라는 성훈이의 아이디어에서 시작이 됐습니다.


성훈) 어릴 적 원희 형님의 ‘다찌마와리’ 캐릭터가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었어요. ‘신바람’에 원희 형님의 목소리가 들어가면 뭔가 100% 완성이 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던, 혹은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나요?


대인) 원희 형 노래 녹음을 할 당시에 원래 노래 멜로디와는 굉장히 다른 멜로디로 노래를 하셨는데, 그 또한 좋아서 그 멜로디로 녹음을 마무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성훈) 형님이 노래 녹음은 처음이시라 긴장을 많이 하셨는데, 특유의 바이브가 있어요. 날것의. 그리고 한국적인 ‘쌩 바이브’와 추임새 같은 것들이요.


민석) 뮤직비디오 촬영이 길어서 힘들었지만, 원희 형님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모두 즐겁게 진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완성된 음악을 듣고, 임원희 씨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대인) 처음부터 원희 형은 늘 전파사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라는 마음을 가지고 계셨지만, 저희도 만족했고 원희형도 흡족해 하시더라고요. 요즘은 10월 공연을 위해 원희 형과 함께 매주 합주를 하고 있는데요, 굉장히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어서 저희 또한 굉장한 에너지를 받고 있습니다.


민석)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항상 ‘신바람’을 들으신다는 매니저님의 말씀도 있었습니다(웃음).


ⓒ전파사

-또 다른 수록곡 ‘메아리’는 익숙한 아리랑 선율을 활용했는데요. 왜 ‘아리랑’이었나요?


성훈) 전파사 노래들을 들어보면 7,80년대 가요의 한국적인 서정성이나 경쾌한 ‘뽕끼’로부터 영향을 받은 부분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아리랑’의 선율은 어릴 적부터 귓가에 수도 없이 맴돌던 잊을 수 없는 굉장히 강렬하고 상징적인 멜로디였기에 나중에 꼭 한 번은 전파사의 사운드로 녹여 내보고 싶었습니다.


-앞선 앨범에서도 그렇듯 이번 ‘메아리’도 원테이크 방식으로 녹음했다고요.


대인) 합주나 공연을 하듯이 함께 한 공간에서 서로의 몸짓과 눈빛을 보면서 녹음하는 것은 따로 녹음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전파사 음악은 원테이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꼭 이 방식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죠. 이번의 저희 신곡 ‘신바람’ 처럼요.


성훈) 계획적인 의도로 만들 수 없는 의외성과 즉흥성을 담을 수 있기에, 재미있고 원초적인 작업물을 얻을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민석) 메트로놈을 들으면서 연주한 드럼이 아니어서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반대로 밀고 당기는 맛이라고 해야 하나요? 다이내믹이 살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앨범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들려지길 바라시나요?


대인) 가사처럼 근심 걱정 없이 신나게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성훈) 이런 음악도 있구나?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민석) 수능 금지곡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앨범을 작업한 과정도 궁금해요.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던가.


대인: ‘신바람’에서 처음으로 전자드럼을 이용해 녹음을 해보려고 했었습니다만, 여러 가지 여의치 않은 상황이 생겨 미디드럼으로 대체했는데 민석이도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여러 가지 재미난 효과음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호루라기, 징 같은.


성훈) ‘메아리’는 기존에 하던 식으로 원테이크로 녹음했는데 ‘신바람’은 오버 더빙, 편집의 기술을 적당히 사용한 곡입니다. 가이드 트랙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완성하는 형태에요. 이런 작업도 꽤 재미있었고, 전파사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밴드도 마찬가지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컸어요.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기도 하고,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공연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죠.


대인) 그래도 작년, 재작년에 비하면 올해는 많이 좋아지긴 했습니다. 점점 더 나아지길 바라죠.


성훈) 네,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이겨내야죠. 음악 한 두 해 하는 것도 아니고, 묵묵히 계속 합니다.


민석) 3년째 겪고 있지만, 앞으로는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콘서트나 다음 앨범 발매 계획 등, 예정된 일정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대인) 10월 8일 무대륙에서 앨범 쇼케이스 공연을 준비중입니다. 원희형과 함께요.


성훈) 네, 우선 앨범 쇼케이스 공연이 무척 기대가 되고, 연말쯤에 포스트록 페스티벌 같은걸 만들어 보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재밌는 노래를 더 만들어서 내년 봄 즈음엔 또 음반을 내고 싶습니다.


민석) 10월 8일 공연 계획, 그 다음 정해진 건 아직 없습니다.


-밴드 전파사의 앞으로의 음악적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요?


대인) 싸이키델릭 밴드라고 소개를 하고 있지만, 늘 수행하는 마음으로 사운드와 장르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넓혀 보고 싶습니다.


성훈) 다른 건 몰라도 들으면 ‘아~ 전파사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밴드로서의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성훈)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 시대잖아요. 나중에는 전국을 돌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다니면 좋을 것 같습니다. 봉사활동도 하고요.


민석) 개인적으로는 해외 공연을 해본 적이 없어서 해외 공연 하는 게 작은 목표입니다.


대인) 모두들 건강하고 즐겁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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