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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반값’ 열풍에 겉으론 웃지만…연말 성적표는 어쩌나


입력 2022.09.19 06:42 수정 2022.09.16 16:36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치킨 시작으로 피자, 탕수육, 비빔밥, 커피 등 전방위 경쟁

마케팅비용 부담에 적자는 물론 신용등급 하락까지 ‘불안’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델리코너에 반값 탕수육인 '한통가득 탕수육' 매진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뉴시스

최근 유통업계에서 반값 치킨을 시작으로 피자, 탕수육, 비빔밥, 커피 등 가성비 상품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반값 열풍이 집객을 유도하고 물가안정에도 동참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품목이 확대되고 판매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칫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지난 6월30일 한 마리에 6000원대인 당당치킨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반값 먹거리 열풍은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일제히 반값 치킨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피자, 탕수육, 비빔밥 등 주요 외식메뉴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들 상품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대형마트에 이어 편의점도 커피, 햄버거 등 반값 먹거리 경쟁에 뛰어들었다. CU가 내놓은 즉석원두커피의 경우 한 잔 가격이 650원으로 프랜차이즈 커피는 물론 생수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고물가 시대 다양한 가성비 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면서 가격은 물론 품질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됐다.


가성비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도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값 먹거리 구매를 위해 들렀다가 다른 상품도 덩달아 구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미끼상품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당당치킨으로 히트를 친 홈플러스의 경우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즉석조리식품(델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26%, 롯데마트는 40%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늘어나는 손님과 매출과 달리 수익성 측면에 대한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애초에 미끼상품으로 기획한 탓에 마진이 거의 없거나 일부 상품의 경우 손해를 보는 구조기 때문이다.


반값 먹거리는 주로 유통업체 매장 내부에서 조리를 하다 보니 하루 생산량이 정해져 있다. 일반 프랜차이즈나 외식 기업처럼 박리다매로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체들이 앞다퉈 상품을 내놓다 보니 갈수록 품목 수가 늘고, 판매기간도 길어지면서 자칫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은 것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반값 먹거리 상품은 상품 자체로는 이득을 보기 어렵다”며 “마진 보다는 집객 및 동반구매를 유도하는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사에서 계속해서 상품이 나오면 대응을 위해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종류가 늘고 판매기간도 연장되는 측면이 있다. 매출은 늘겠지만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을 찾은 시민들이 초밥을 구매하고 있다.ⓒ뉴시스
사실상 연중 할인행사…늘어나는 마케팅비용 탓에 적자 탈출 어려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업체들은 실적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온라인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즉석조리식품이나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사실상 연중 진행할 정도다.


행사가 많을수록 매출은 증가하지만 그와 비례해 불어나는 마케팅비용 탓에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올 상반기 롯데마트(국내 사업 부문)는 1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이마트는 작년 상반기 대비 영업이익이 83.1%나 감소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지난달 22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마트의 기업신용등급을 'Ba1'에서 'Ba2'로 낮췄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가 홈플러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 편의점 등 주요 유통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반값 먹거리를 내놓다보니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면서도 “적자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있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매출 확대는 물론 고물가 시대 물가안정에 기여한다는 의미도 있다 보니 당분간은 이런 경쟁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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