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익 16조4205억원, 전년비 10%↑
고금리였던 2년 전보다 약 1조원 증가
막대한 이자이익 사회 환원 요구 거셀 듯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이자장사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1조5000억 가까이 증가한 16조원을 훌쩍 넘겼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상생금융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우리금융을 끝으로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가운데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익은 총 16조4205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14조9279억원) 대비 10% 증가했다. 고금리였던 2022년 거둔 최대 실적(15조5309억원)도 갈아치웠다.
이같은 호 실적은 은행의 대출 확대 및 예대금리 차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 덕택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본격 인하되며 은행 실적 개선에도 적신호가 켜졌지만 대출자산이 1년 만에 80조원 넘게 불어나며 42조원 가량의 이자 이익을 거두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총 이자 이익은 41조8763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다.
은행들은 가계 대출을 관리한다는 명분 하에 지난해 말까지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해왔다. 실제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평균 예대금리 차는 신규 취급액 기준 1.46%로 4개월 연속 확대됐다. 금리인하기에도 예대마진이 늘어나며 각 지주사별로 4분기 순익이 급증했으며 순이자마진(NIM) 하락 폭도 제한적이었다.
비이자이익 성장도 실적에 기여했다. 금리 하락으로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개선됐고 자산관리 시장의 약진으로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등이 늘었다. 지난 2023년 4분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련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한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사별로는 KB금융이 지난해 5조782억원의 순익을 거두었다. 전년 대비 10.5% 증가한 규모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KB금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고른 성장세로 사상 첫 ‘5조 클럽’에 입성했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4조5175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3조클럽’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 대비 9.3% 오른 3조7388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은 같은 기간 23.1% 증가한 3조860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우리금융은 4곳 중 가장 높은 실적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들 금융지주는 주주환원에 중요한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방어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지주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적극적인 자본관리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대부분 충족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 13.51% ▲신한금융 13.03% ▲하나금융 13.13% ▲우리금융 12.08%를 기록했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의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CET1 8% 이상을 권고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안정적인 13%를 목표로 한다. 13%를 초과하면 남는 자본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역대급 실적에도 금융권은 표정 관리 중이다. 실적 발표 후 이자장사 논란이 불가피 할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지난해에만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집행하고, 올해부터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년간 매년 7000억원씩 약 2조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선이다.
이재영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0일 주요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을 당부하기도 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대출 금리 인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시중은행장을 불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은행권에 큰 부담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민주당은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체계 개선 등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다수 발의한 상태다.
금융당국도 은행 '이자장사'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하지 않다”며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될 시기”라고 지적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대출 규제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대출자산 성장세도 정체”라며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NIM 하락 추세가 본격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