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스텝 영향…강달러 지속
“상단 1450원…대책 마련해야”
원‧달러 환율이 결국 1400원의 벽을 허물고 한 번 더 고점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원화 가치 하락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당분간 환율을 방어해 낼 재료가 없어 상단을 더 열어놔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5.5원 오른 1409.7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1398원에 개장한 뒤 1400원대 후반까지 파죽지세로 치솟으며 등락했다. 이후 장 마감을 앞둔 오후 3시 13분께 1410원대를 뚫었고, 1413.4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기준 1422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사례는 1997년 ‘자율변동 환율제’ 도입 이후 외환위기(1997~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단 두 차례 뿐이었다. 그러나 이날 연준이 20~21일(현지시각) 열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13년 만에 다시 1400원대로 올라간 것이다.
미 연준은 이번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 이후에도 내년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dot plot)를 보면 FOMC 위원들의 연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기존 3.4%에서 4.4%로 1%p나 올랐다. 내년 금리 전망은 기존 3.8%에서 4.6%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0년 만에 최고치인 111원대로 뛰어 올랐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거친 금리인상 행보로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은 향후 최고 1430~1450원까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한미 기준금리차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년 동월 대비 미국의 기준금리 변동 폭이 한국의 기준금리 변동 폭보다 1%p만큼 커질 경우 원·달러 환율의 상승률은 8.4%p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434.2원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연내 환율 상단을 1450원으로 제시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도 레벨 부담에 따른 속도조절은 있겠지만 유의미한 방향성 전환은 겨울철 유로화 약세 심화와 맞물려 연말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흥국증권 연구원 역시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 한국 최종기준금리 3.50%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환율 상승 억제를 위한 외환 시장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추가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원자재 수급 애로를 해소하는 등 무역수지 관리 중심의 외환시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