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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부회장, '副'를 떼야 하는 이유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10.04 07:00 수정 2022.10.04 05:4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회장 자리 3년째 공석…'副'는 보좌, 대리의 의미

해외 정치‧경제 수장들과 교류하는 이재용에 '副'는 거추장스런 수식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월 13일(현지시간) 파나마시티에 위치한 파나마 대통령궁에서 라우렌티노 코스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삼성

삼성은 5대그룹 중 유일하게 ‘회장’ 직함이 없는 곳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즉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그룹 전체로 봐도 동일인으로 지정된 지배주주가 회장 직함을 달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례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2년 12월 이후 11년째 같은 직함을 달고 있다. 2020년 10월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지만 이 부회장이 승진하지 않은 관계로 삼성의 회장 자리는 공석이다.


회장과 부회장은 단순히 ‘한 단계의 직위 차이’로 구분 지을 수 없는 자리다. 부(副)는 ‘으뜸’ 뒤에 붙는 ‘버금’을 의미한다. 직급 앞에 부가 붙으면 해당 직급의 1인자를 보좌하며 1인자의 유고(有故)시 그를 대리하는 2인자의 의미가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분 구조나 지휘체계에 있어 삼성을 이끄는 명실상부한 총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여전히 1인자를 대리하는 2인자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삼성은 국내 최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의 총수가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해외 경제인은 물론, 정치인들도 한국에 오면 삼성그룹 총수를 찾는다.


투자의 귀재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IT업계의 전설적 인물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방한시 이 부회장을 만났다. 심지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취임 후 첫 방한에서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 부회장이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부터 찾았다.


이 부회장이 해외에 나가도 마찬가지다. 해당 국가의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 경제인들이 앞 다퉈 그를 초청한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 멕시코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함께한 사진을 자랑스레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런 상징적 지위는 실무 영역에서 풀기 힘든 난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해외 이동통신사 총수를 만나 5G 장비 공급계약을 따내기도 하고, 반도체 업계 슈퍼을(乙)로 불리는 ASML 경영진과 회동해 그 구하기 힘들다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백신 확보나 각종 무역분쟁, 부산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와 같은 국가적 중대사에서도 이재용이라는 이름 석 자가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런 그에게 ‘부’라는, ‘2인자’라는 꼬리표는 어울리지 않는다. 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그의 사진 밑 캡션에 달린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영 어색하다. 스스로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간에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인물이 회장 직함을 달지 못한다는 것은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일부 진보 시민단체와 노동계에서는 사법리스크 등을 들어 이 부회장의 승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수의 여론이 아니다. 국민 상당수는 이미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에 앞서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압도적으로 찬성했었다.


더구나 삼성은 민간의 영역에 속한 기업이다. 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설령 외부에서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기업과 주주와 구성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릴 권리가 있다.


거추장스로운 ‘부’의 꼬리표를 떼고, 마찬가지로 ‘부’가 달려있지 않은 기업 회장들과, 단체장들과, 대통령들을 만나는 ‘이재용 회장’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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