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SK하이닉스, 1조6000억 순매수
코스피 시총 비중 9거래일 만에 0.4%↑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다시 늘고 있다. 시가총액이 큰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다. 미·중 갈등 격화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매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이뤄진 것은 아닌 만큼 수급 지속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외국인의 코스피 시총 비중은 31.14%로 집계됐다. 전월 말(30.74%)과 비교해 9거래일 만에 0.4%나 증가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종목을 1조651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2.98%(2155.49→2219.71) 상승했다.
수급은 반도체주에 몰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만 9081억원어치 사들였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0조2111억원 순매도 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도 7032억원 순매수 했다.
미·중 갈등 격화로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 증가에도 국내 기업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영향이다.
지난 7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對)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칩 등이 수출 금지 대상이다. 해당 품목은 원칙적으로 대중국 수출이 금지되지만 중국에 공장을 둔 다국적 기업들은 사안별 심사를 통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수급을 중립 이상으로 드러냈던 바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규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주체로 한국 기업들이 주목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규제는 국내 기업에 되레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심을 모은다. 대만 기업의 피해가 예상돼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고성능 컴퓨팅 칩은 중국에 공급하고 있지 않다. 메모리 장비의 경우 1년 간 유예를 통해 한숨을 돌렸다. 반면 최대 피해국인 대만은 중국향 매출을 잃을 수밖에 없으며 미국과 중국 회사들도 직접적 피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평가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대만 모두 반도체 업황 악화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여파 악영향 등으로 대만 정보기술(IT)업황이 한국보다 더 큰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외국인 투자자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을 고려할 때 외국인 수급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긴축 강화로 환율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과 원화 가치의 상관계수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간 연동이 강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가격 하락 사이클과 맞물려 연말연초 한국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펀더멘털 부진을 반영한 원화 약세 흐름은 최소한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