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창고형 할인점 경쟁 ‘본격화’
유료 멤버십 정책·콘셉트도 각양각색
지속 성장성↑…하반기 추가 출점 예정
잇단 규제로 몸살을 앓던 대형마트 업계가 ‘창고형 할인점’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꺼번에 생필품과 식료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데다, 높은 물가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가 각광받으면서다.
기존에는 ‘대용량 상품=코스트코’라는 인식이 절대적이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나름의 경쟁력을 앞세워 이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들이 온라인 채널에 밀리며 부진한 가운데 창고형 할인점이 새로운 대안으로 거듭난 것이다.
온라인 전환 등으로 대형마트 오프라인 지점이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창고형 할인점 점포는 증가하는 추세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2010년대 중후반까지 확장일로를 걷다가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고 대형마트 성장이 둔화되면서 구조 조정 수순을 밟아 왔다.
그러나 창고형 할인점을 출점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405개였던 마트 3사 점포 수는 지난해 385개로 줄었으나 같은 기간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맥스 등 창고형할인점 점포는 34개에서 43개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창고형할인점이 대형마트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이런 고물가 시국이나 불황때 특히 수요가 커진다”며 “가격경쟁력이 높은 이유는 분류별로 1-2개 브랜드·상품만을 대량으로 계약해 대용량으로 운영하고, 자체 마진도 낮게 설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 창고형할인점 시장엔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서로 다른 유료 멤버십 행보를 보이며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기존 오픈형 모델과 함께 새로운 유료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서비스를 선보인다.
매장도 대폭 확장한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2012년 7개 수준에서 올해 21개로 10년 만에 3배까지 늘리면서 매출 성장을 이끌어왔다. 지난 6월 경기 화성시에 21번째 매장을 열었고, 2025년까지는 5개 점포를 추가한 뒤 빠르게 3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맥스 역시 콘셉트를 바꾸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매장 4곳의 성과, 상품 구성, 특화 매장 효과 등을 기반으로 맥스만의 창고형 매장 전략을 확정할 계획이다. 보틀벙커 여부가 실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 있는데, 작업이 마무리되면 리뉴얼 출점을 재개할 방침이다.
◇ 오프라인 매장 성장둔화 속 ‘승승장구’…“향후 전망도 밝아”
창고형 매장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가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장기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상황에서 지난 2010년 '트레이더스'를 오픈하며 시장 판도를 뒤집기 시작했다.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 특유의 진열 방식과 제품 구색, 가격, 푸드코트 운영 등을 모방했지만 코스트코와 달리 오픈형으로 회원 가입이 필요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하되 불편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차별화했다.
롯데마트도 최근 실적부진을 만회하는 ‘히든카드’로 창고형 할인점 ‘맥스’를 앞세워 승승장구 하고 있다. 철수 위기였던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을 ‘롯데마트 맥스’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가 진출해있지 않은 호남 지역을 공략하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
업계서는 향후에도 창고형 할인마트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마진율은 30% 안팎이지만, 창고형 할인점 마진율은 절반 수준인 15~17%로 마트보다 더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내에는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점, 편의점, 슈퍼, 전문점 등 다양한 업태가 있고 모두 타깃층과 특성이 다르다”며 “1인 가구를 겨냥한 매장과 상품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대용량+낮은가격이라는 고유한 특성을 타 업태는 따라할 수 없는 차별점으로 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고형 할인점은 확실한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상품 경쟁력 또한 높다. 카테고리 내 1-2개 상품만을 대용량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구매력도 크고 바이어가 상품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들이 소비자들에게 소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