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맞붙였다. 국감 과정에서 나온 기동민 의원의 "최고존엄" 발언이 발단이었다. 조 의원의 지적에 "속기록을 확인해보고 수정하겠다"고 했던 기 의원은 다음 날 국정감사에서 돌연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되려 사과를 요구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사람 한 분이 북한군에 의해 무참하게 피해를 당한 것인데, 그래서 저기에 '최고 존엄'인가 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사과까지 한 사안"이라는 대목이었다. 기 의원은 "(조롱이 담긴) 풍자, 해학의 영역"이라며 "그런 편협한 세계관으로 어떻게 국민을 대표하고 의정활동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 의원의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맥락상 북한의 지도자를 찬양하는 의미는 없어 보이며, "위대하신 영도자 동지" "최고존엄" 등 북한식 표현이 우리 사회에서 조롱하는 말로 흔히 쓰이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자와 해학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함은 분명하다. 우리 국민이 차디찬 바다에서 북한군에 끌려다니다가 총격을 당하고 시신이 소각까지 된 심각한 사건이다. 엄중한 현안을 다루면서 굳이 해학과 풍자를 넣어야 했을까.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사과'가 있었다고 하지만, 사실관계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진정한 사과로 보기도 어렵다.
또한 조 의원은 실향민의 후손으로 알려졌다. 조모는 남편이 북한 정권에 의해 처형 당하는 아픈 경험을 안고 피난길에 올랐다고 한다. 남편 혹은 아버지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고 시신이 소각된 이번 사건을 대하는 조 의원의 감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과연 가족을 죽인 상대를 '최고존엄'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해학이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조 의원이 강경 '반북' 인사는 아니다. 아주통일연구소에서 일하며 정재계 인사들과 '단번도약 포럼'을 운영했던 그다. 중국이 마그네틱 카드결제 시스템이나 내연기관차를 건너뛰고 모바일 결제와 전기차로 나아간 것처럼, 북한 사회를 단번에 도약시킬 방안을 고민해 보자는 모임이었다. 개성공단으로 상징되는 개발도상국형 발전 모델을 넘는 비전을 제시해야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통일 전 단계인 공존 체제에 동참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적어도 민족주의에 근거한 막연한 통일론보다는 훨씬 진지하고 생산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기 의원의 공세에 반박하는 조 의원의 음성은 여느 때완 다르게 떨렸다. 그는 "웃자고 한 농담이라고 했지만 해서는 안 되는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존엄이라는 단어가 북한 체제를 상징하고 정점에 김정은이 있다"며 "북한은 우리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비난하는데, 어떻게 김정은을 최고 존엄이라고 할 수 있나. 아무리 비아냥이라도 부적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