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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엔 외교참사, 10월엔 야당모욕'?…민주당, 시정연설 보이콧 명분 세우려 '오락가락'


입력 2022.10.25 17:39 수정 2022.10.25 17:4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이 XX들은 야당 향한 발언" 해명에

"사상 최악의 거짓말"이라더니…

'이재명 측근 수사'만으로 시정연설

보이콧 명분 삼긴 부담스러웠는 듯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하며 '침묵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 XX들' 발언을 야당 모욕이라며 시정연설 보이콧 명분의 하나로 내세운 것을 놓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발언이 우리 야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을 때는 "사상 최악의 거짓말"이라며, 미 의회를 가리킨 '외교참사'라고 극력 주장해왔던 당사자가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전원 불참했다. 의총에서 이같이 결정한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국회 도착에 때맞춰 '국회 무시 사과하라' '야당 탄압 중단하라' '이 XX 사과하라' 등의 피켓을 들었다.


구호로는 "민생탄압 야당탄압 윤석열정권 규탄한다" "국회모욕 막말욕설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이 외쳐졌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XX들에게 시정연설 하고 싶느냐'라는 휴대전화 네온사인을 통해 항의했다.


흥미로운 점은 시정연설 보이콧 명분으로 '야당탄압'과 함께 '막말욕설'이 나란히 열거됐다는 점이다. '야당탄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비리 혐의로 촉발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가리킨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막말욕설'이란 무엇일까.


민주당 의원들의 피켓이나 휴대전화 네온사인 구호 등으로 보면 '막말욕설'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과정에서 나온 "이 XX들" 비속어 논란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이 XX들" 발언이 우리 국회와 야당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어떻게 자신이 "이 XX들"이라 칭한 사람들 앞에서 시정연설을 할 수 있느냐며, 먼저 이를 사과하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치권 일각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비속어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 XX들"이 우리 국회·야당을 가리킨 것이라는 해명을 한사코 거부하며, 그것은 미 의회를 겨냥한 '외교참사'라는 입장을 고집했던 게 바로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김은혜 홍보수석이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을 '대한민국 야당을 향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김 수석의 해명은 국민은 물론 전세계를 상대로 한 사상 최악의 거짓말"이라며 "김 수석 말대로라면 국민이 미 의회와 대한민국 국회도 구분 못한다는 말이냐"고 주장했다.


"9월엔 9월의 논리가 있고, 10월엔
10월의 논리가 있는 것이냐" 비판
정의당 이은주는 사전환담 들어가
윤대통령에 사과 권유 → 尹 거절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둔 가운데,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 문구가 적힌 피켓을 붙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도 "'우리나라 야당에 대한 발언이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가관"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거짓 변명에 매달리지 말고 외교참사와 국격훼손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이렇듯 "이 XX들"은 우리 야당을 향한 발언이 아니며, 미 의회를 겨냥한 '외교참사'였다고 주장해온 민주당이 한 달이 경과해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맞이한 지금에야 돌연 "이 XX들" 발언으로 야당 모욕을 당했다며 보이콧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운 것이다.


이를 놓고 당 차원의 문제가 아닌 이재명 대표의 개인 비리 의혹 때문에 촉발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만을 시정연설 보이콧 명분으로 삼기는 궁색하니, 한 달이나 지난 "이 XX들" 비속어 논란을 다시 끌어내 명분을 보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용 부원장 수사 건만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시정연설 보이콧을 결행하기에는 야당 전체가 이 대표 개인 비리의 '방탄 정당'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며 "'이 XX들' 발언을 다시 끌어낸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어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발언이 미 의회를 겨냥한 '외교참사'였는지, 아니면 우리 야당을 겨냥한 '야당모욕'이었는지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논리적으로 맞다"며 "지난달에 정권과 맞설 때는 '외교참사'였다가, 이달에 시정연설을 거부할 때는 '야당모욕'이 되는 등 '9월에는 9월의 논리가 있고 10월에는 10월의 논리가 있다'는 식으로 끌어다써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의당은 의원들이 시정연설에도 참석했고 당 지도부가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사전환담에도 참석했다. 정의당 지도부는 사전환담에서 "이 XX들" 발언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를 거절했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사전환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사과에는 시기가 따로 있지 않다. 사과하시라"고 권유하자, 윤 대통령은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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