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작업 전 부·울·경 조직 강화
"금융위 승인 없다" vs "문제 안 돼"
KDB산업은행이 부산에 경영진을 교대로 내려보내 근무시키는 등 본점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회와 산은 내부에서는 현행법상 이전 추진 준비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부산 영업지점인 해양산업금융본부에 경영진 집무실을 설치하고 각 부문장들이 부산 이전 작업을 위해 교대로 이를 찾아 근무를 보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을 포함해 ▲최대현 수석부행장 ▲기업금융부문장 ▲경영관리부문장 ▲혁신성장금융부문장 ▲글로벌사업부문장 ▲자본시장부문장 ▲정책기획부문장 등이 해당 지점을 방문했거나 방문 예정이다.
특히 해양산업금융본부에 임시로 설치된 집무실은 강 회장을 비롯해 부산 이전을 위해 찾을 경영진들이 업무를 볼 공간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산은 국정감사에서 "(이전 관련) 법 개정 전에 부·울·경 영업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이 직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앞서 산은은 이달 초 이전을 준비하는 추진단을 설치하고 직원 10명을 인사발령 내는 등 본격적인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준비 단계에 매번 법 위반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한국산업은행법상 명시되지 않은 업무와 이에 따른 예산 사용 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추진단 설치, 부산 출장 등 이전 절차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은행법 18조는 산은의 업무로 예산변경 대출·어음할인·채무 보증 등을 명시하고 그외 필요에 의해 금융위 승인을 받은 업무도 포함한다. 동법 30조에 따르면 회계연도에 편성한 예산을 변경하는 경우 금융위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전에 반대하는 산은 직원들 역시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동법 4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고유업무가 아닌 업무는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고 한다"며 "산은이 어떻게 금융위 허락을 안받고 움직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성주 같은 당 의원도 "새 정부 출범 전인 4월에 부산시랑 이전 관련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법 개정 논의 전에 부지 이전을 검토했다"며 "순서가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강 회장은 이에 "기존 인력을 활용해 예산을 추가로 쓰지 않았다"며 "이전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준비 단계"라고 답했다.
산은 내부에서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보면 산은의 행보에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지만,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은행법 전문 변호사는 "산은이 원칙적으로 예산 변경 시 금융위에 제출·승인 절차가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다른 회사들도 운영상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반비나 예비비로 지출해 대응하고 결산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세밀한 업무까지 법에 명시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