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무지개 옷 입고 예배 수업 참석…1심 "징계 '불법행위' 아냐", 2심 "학습권·양심 침해"
법조계 "1심, 피고의 불법행위 인정 여부 신중한 판단…2심, 헌법상 권리 학습권·양심 자유 초점"
"동성애 찬반 종교 논리, 법 개입 어려워…종교 밖의 판사, 종교 내부 문제에 깊이 관여할 수 없어"
"종교 귀속 학교라도 교육기관, 학생에 대한 책임 있어…사회적으로 동성애 시각 변하고 있어"
신학대 학생들이 성 소수자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입고 학교 예배 수업에 참석했다가 징계를 받은 뒤 학교 측에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해 일부 승소했다. 법조계는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과 신학대도 교육 기관의 하나이기 때문에 징계권을 남용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남성민·백숙종·유동균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A씨 등 4명이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를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학교가 원고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 등 4명의 원고는 지난 2018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5월 17일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예배 수업에 참여한 뒤 이를 자신들의 SNS에 게시했다.
이후 종교전문매체가 이를 기사화하자 학교는 이들에게 정학과 근신 등 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 등은 서울동부지법에 징계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법원은 학교가 징계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는 징계처분을 바로 취소하지 않았다. A 씨 등은 학교가 복학을 승인하지 않아 학습권에 지장을 줬으며, 특히 A 씨는 학교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에 자신의 이름이 담긴 소책자를 제출해 목사 고시에 불합격했다며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장신대의 징계가 절차상 하자가 있었지만 '불법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반면 2심은 학교가 징계권을 남용해 원고의 학습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원심과는 다른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학교가 징계 사실을 담은 소책자를 교단 총회에 제출해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 등 손해를 가했다"며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법조계는 1심이 종교적인 부분에 법이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징계 처분의 불법행위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에 비해 2심은 학생들의 권리에 더 무게를 둔 판결이라고 보고 있다.
원고 측 소송 대리인이었던 희망을만드는법 소속 박환희 변호사는 "장신대의 입장은 (자신들이) 대학교이지만 총회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결의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총회의 결의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학교로서는 징계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목사 임용에 떨어진 부분도 교단의 결정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학교에서 징계를 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처분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률사무소 킹덤컴 박성남 변호사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종교 밖의 판사가 종교 내부 문제에 개입할 수가 없다. 1심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판결"이라며 "동성애가 종교에 반하느냐 찬하느냐는 순전히 종교적인 논리기 때문에 법이 개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징계는 무효가 되더라도 그걸 손해배상해야 되는 불법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게 기본적인 태도"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현강 이승우 변호사는 "1심에서는 학교 측 징계처분 절차에 하자가 있어 무효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학교 측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에까지는 이르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2심에서는 처분의 절차상 위법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학교 측이 학사행정 권한을 남용해 헌법이 보장하는 학습권과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1심은 피고의 불법행위 인정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한 반면, 2심 재판부는 헌법상 권리인 학습권이나 양심의 자유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 등 원고는 항소심 학정일 날부터 100일 동안 홈페이지의 메인 공지사항에 패소 판결 공지를 게재할 것과 4000만원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홈페이지 게시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배상금은 900만원만 인정했다.
이에 대해 박환희 변호사는 "민법에서는 불법행위에 금전적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100일 동안 홈페이지에 패소 판결을 올리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며 "청구액 자체는 법원의 재량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무조건 다 받아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들은 승소했다는 사실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이번 판결은 비록 '일부' 승소이긴 하지만, 종교에 귀속된 학교일지라도 교육 기관으로서 학생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점과 사회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박환희 변호사는 "학교 측은 이름만 학교일 뿐 재단 소속으로 사실상 학교가 아니라는 주장을 했으나 장신대도 교육부 산하 고등교육 기관이고, 교육부의 지원금도 받고 있다"며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징계권을 함부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교단과 학교는 다른 것이고 학교는 학생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종교기관이니까 차별화된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성남 변호사는 "1심 판결보다는 2심 판결이 한국 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다소 진보적인 시각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적) 윤리에 반하더라도 사회에서 동성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안 된다는 걸 법원이 확인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