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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창업기"…'플레이리스트', 다른 스타트업 시리즈와 어떻게 달랐나


입력 2022.11.01 15:33 수정 2022.11.01 15:3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10월 12일 공개

스타트업 소재의 작품들은 꿈을 향해 치열하게 고민해 성장하는 청춘의 창의력과 패기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업계에서 실제 성공한 기업의 이야기라면 성공과 위기 및 추락의 과정까지 현실적으로 그려지며 전개에 가속도가 붙는다.


최근 넷플릭스는 스포티파이의 창업기를 그린 '플레이리스트'를 스웨덴의 젊은 IT 사업가와 그의 파트너들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색다름을 한 스푼 추가했다.


스포티파이는2008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다니엘 에크(Daniel Ek)와 마르틴 로렌트손(Martin Lorentzon)이 공동창업했다. 2022년 1분기 기준으로 사용자는 4억 2200만 명 이상이며, 프리미엄 사용자는 1억 8200만 명이다.


스웨덴의 IT의 젊은 사업가는 어떻게 스포티파이를 전 세계 1위 스트리밍 업체로 만들어냈을까. 이 시리즈는 6부작을 각각 창업자, 음악 제작자, 법조인, 개발 프로그래머, 공동 창업자, 그리고 가수의 시각으로 구성해 스포티파이의 성장과 갈등 이해관계를 보여준다.


1화는 창업 다니엘 엑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니엘 엑크는 뛰어난 IT 기술과 비상한 두뇌를 가졌으나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구글 입사를 거부 당한다. 미국의 실리콘 벨리를 뛰어넘는 기술을 선보이고 싶었던 다니엘 이엑. 그는 세상의 변화에 집중한다. 스포티파이 탄생 직전,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보급화 돼 CD보다는 P2P 사이트에서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일이 활개 치던 때다. 다니엘 엑크는 다운로드 할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이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안한다.


당시 음반사는 P2P 사업이 불법 다운로드로 음악산업과 예술가의 가치를 하락시킨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소송을 시작했을 때였지만 다니엘 이엑은 이미 음악을 무료로 다운로드해 즐기고 있는 대중과 인터넷의 발달로 더 이상 예전처럼 음악을 향유할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2화의 주인공 음반사 CEO 페르 순딘은 예술가의 창작 결과물을 P2P와 대중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소유하는 일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가 광고로 수익을 내 가수와 플랫폼, 제작자가 나눠가진다는 점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포티파이와 손을 잡는 일이 무료 불법다운로드를 막는 일이라는 걸 직감한다.


3화는 저작권이 필요했던 스포티파이에 영입된 변호사 페트라의 이야기다. 페트라는 다니엘 이엑과 음반사들의 합의 지점을 찾아나간다. 4회는 개발 프로그래머의 안드레아스 시점으로 그려진다. 재생 하나로 0.2초 만에 음악이 흘러나올 수 있었던 건 안드레아스 기술에서 시작됐다. 그는 기업의 비전이 음반사들과의 저작권 합의로 인해 변질되는 것에 분노하며 떠나지만, 이익이 아닌 순수하게 기술로 세상에 변화를 주고 싶어했던 프로그래머의 열정을 남겼다.


5화는 공동창업자 마틴 로렌손이 스포티파이가 시작할 수 있도록 투자를 하고, 사업체들을 끌어들여 스포티파이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며 사업가의 마인드를 강조한다.


마지막 6회는 가수 보비 토마손의 시각으로 급물살을 탄다. 5회까지의 캐릭터는 실존인물이지만, 보비 토마슨은 음악적 재능과 노력을 착취 당하는 아티스트를 대표하기 위해 새롭게 설정됐다.


2014년 테일러 스위프트가 스포티파이에 음원 공급을 거부 선언을 했다. 이유는 수익 배분을 놓고 갈등이 확산되면서 창작활동에 대한 대가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대립은 3년 동안 이어졌다. 스포티파이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원을 공급받기 위해 애를 쓴 점도 있었지만, 테일러 스위프트도 스포티파이의 영향력과 스트리밍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된 음악 시장의 변화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플레이리스트'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불만이 언급되지만, 가난한 뮤지션 보비 토마슨이란 인물을 투입시켜 이야기를 조금 더 극적으로 만든다. 보비 토마슨은 스포티파이 창업자 다니엘 이엑과 고등학교 동창 사이였지만, 수익 배분 문제를 놓고 미국 의회까지 출석하며 등을 진다.


전 세계의 음악 산업을 살려놨다고 평가받는 스포티파이. 하지만 이 과정에서는 음악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면서 음악가들의 피, 땀을 착취해 이윤을 냈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플레이리스트'는 스포티파이의 성공만을 조명하는 것이 아닌, 스트리밍 사회 속에서 착취 당하는 아티스트의 입장까지도 살폈다


이 점이 테라노스 흥망성쇄를 다룬 디즈니+의 '드롭아웃', 위워크 창업기 애플TV+의 '우린 폭망했다', 우버의 이야기를 다룬 파라마운트+ '슈퍼 펌프드: 우버 전쟁' 등 다른 기업의 이야기와 차별화다.


'플레이리스트'는 시리즈가 끝난 후, 시청자를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스포티파이가 음악가의 꿈을 성공적으로 이끌 파트너라고 생각한 기업의 입장과 착취와 배려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아티스트의 묘한 동행을 짚는다. 이는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넷플릭스와 파트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점이 '플레이리스트'의 미덕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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