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성남시 공무원·전 두산건설 대표 각각 뇌물수수·뇌물공여 혐의로 기소
피고인 측 "적어도 재판 진행되는 동안에는 정치 의도 개입되지 않았으면"
검찰 "재판 중엔 법리나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말할 것…정치적 의도 없어"
다음 공판, 내년 1월 31일 열릴 예정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 성남시 공무원과 전 두산건설 대표 측이 "정치적 의도로 자신들을 기소했다"며 첫 재판부터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강동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첫 공판에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A 씨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전 두산건설 대표 B 씨의 변호인은 "기소가 이유 없이 서둘러졌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40여분간 진행된 공판에서 A 씨의 변호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처럼 시간에 쫓기는 사안도 아닌데 검찰이 왜 이렇게 서둘러 기소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피고인의 휴대전화는 기소 전에 압수됐는데, 포렌식(전자감식)은 기소된 이후 이뤄졌다. 기소 후 강제수사로 이는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소 과정부터 검찰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오염된 게 아닌가 한다"며 "적어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정치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에선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형사3부 유민종 부장검사가 직접 공판에 참석했다.
유 검사는 "이목이 쏠리는 사건이다 보니 변호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검찰은 정치적 의도 없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재판 중엔 법리나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다"고 응수했다.
피고인 양측은 이날 검찰의 수사기록과 증거목록 등 관련 자료를 열람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은 밝히지 않았으나, 이들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두산건설은 당시 50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천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하는 데 특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성남시는 용적률과 건축 규모, 연면적 등을 3배가량 높여주고, 전체 부지 면적의 10% 만을 기부채납 받았는데, 이로써 두산 측이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의혹을 받는다.
A씨 등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와 당시 시 정책실장이던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기업들에 편의를 제공하고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FC 인수 후 안산시와 마찬가지로 구단 운영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이 대표가 각종 인허가 등 현안을 가진 기업을 개별 접촉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두산건설 외 나머지 기업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만큼 제3자 뇌물혐의를 받는 이 대표와 정 실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검찰은 이날 이 대표 등에 대한 기소 여부에 대해선 불확실성을 내비쳤다.
유 검사는 공범 수사의 마무리 시점을 묻는 재판부에 "추정할 수 없다"며 "공범들을 기소할지 혐의없음 처리할지 결정된 게 없다. 아직 기록을 확인하고 있고, 역량이 닿는 선에서 최대한의 진실을 규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올해 12월까지 변호인들이 증거목록 등을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검찰에 협조를 당부했다.
A씨 등의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3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