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거점 해외사업과 신사업 선점 나서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사업 재편 가속
향후 실적 리스크 커져 행보 빨라질듯
올 한 해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긴축 기조 강화로 국내외 증시가 침체되면서 증권사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여기에 최근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그야말로 업친데 덮친격,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리스크 증대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위기의 파고를 헤처가려는 증권업계의 모습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증권사들의 시선이 해외 시장 진출과 신사업 선점에 쏠리고 있다. 현지 업체와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캐쉬 카우’가 될 신규사업 모색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증시 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먹거리 사업이 업계 화두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미국을 거점으로 삼아 해외사업 기반 다지기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종합금융회사 ‘스티펄 파이낸셜(Stifel Financial Corp)’ 과 인수금융·사모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SF 크레딧파트너스’ 설립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미국 투자 리서치 전문회사 밸류라인(Value line)과 주식 중개 서비스 강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신(新) 사업 모색은 국내 시장에서도 활발해질 조짐이다. 증권사들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 기업금융(IB), 자산관리(WM) 등 전방위적인 사업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을 정리하며 변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신설한 구조화 구조화금융본부를 폐쇄했고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영업과 리서치본부를 연내 정리할 방침이다.
이외 상당수 중소형 증권사들도 연말 대규모 부서 정리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별로 취약 부문 부서를 정리하는 한편 전문 영역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이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IB 부문에선 벤처투자(VC) 및 증권형 토큰(STO) 등에서 새로운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4분기 중으로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령 개정 등을 통해 STO 규율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증권형 토큰이 상장되면 발행 관리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증권형 토큰 거래 중개는 증권사가 맡는다. 한국투자·NH투자·하나·키움·SK증권 등은 블록체인 기반 조각투자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STO시장 진출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WM 부문에서는 신규 상품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간접투자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채권 수요의 대응하는 상품 경쟁이 점쳐진다.
브로커리지 부문에서는 해외주식 서비스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마케팅을 통한 투자자 유입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트레이시스템(MTS) 효율화 작업을 통해 편의성을 계속해 강화해 가고 있다.
신규 사업 경쟁은 대형사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위기 후 새로운 판이 짜여지는 만큼 중소형사들에게도 한 단계 도약할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권업의 비우호적인 환경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면서도 “국내 증권사의 경우 지난 몇 년간 꾸준한 이익 실현과 자본확충 영향으로 순자본비율이 상승하면서 위기대응능력이 과거대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 발굴 움직임은 3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에 더해 레고랜드발 부동산PF 사태로 수익성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4분기 미래에셋·NH·삼성·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 등 국내 5대 증권사의 영업이익 총 합은 948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1820억원)과 비교해 19.7%(2332억원) 줄어든 규모다.
업계는 내년 증시 일평균거래대금이 14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7%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증대 속에서 금리 인상도 지속되고 있어 향후 증시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위축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넘어선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실적 우려가 더욱 증대되는 분위기여서 증권사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도 브로커리지·IB·WM 등 수수료수익의 주요 부문은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당분간) 실적 개선이 요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