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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신음 환청 들려"...이태원 참사 피해자 치료한 대만 의사 PTSD 호소


입력 2022.11.02 17:25 수정 2022.11.02 17:25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뉴시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벌어진 가운데 사고 당일 현장에 있던 대만인 의사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만 언론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자신을 대만인 의사라고 소개한 A씨는 대만 SNS 디카드(Dcard)에 자신이 이태원 압사 피해자 다수를 치료했으며 이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당시 A씨는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핼러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이태원 거리에서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핼러윈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명이 커졌고 그제야 사고가 난 것임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이에 A씨는 즉시 투입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민 구조에 나섰다고 한다. A씨는 "내과에서 일하며 응급치료를 하는 건 일상이지만 장비가 없던 탓에 할 수 있는 일은 부상자 상태를 육안으로 점검하는 것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했고, 맥박이 돌아오면 의료진에게 인계하는 등 응급처치를 했다고 한다.


ⓒ디카드

A씨는 구급대원들에게 자신이 의료진임을 알리고 난 뒤에야 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혈흉증(가슴 속에 혈액이 축적되는 상태) 또는 기흉(가슴 막 안에 공기나 가스가 차는 상태) 소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ET 튜브(기관지용 튜브)를 삽입하는 등 치료에 나섰다.


하지만 회복한 환자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A는 자신 역시 이날 이후 심각한 PTSD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의사로서 내가 삶과 죽음의 상황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 나는 당황했고 지금도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들의 울부짖음과 신음 소리가 귓가에 들리고, 이따금씩 악몽에 잠에서 깬다"며 "검은색과 보라색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머릿속을 맴돈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인파가 몰리며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6명, 부상자 157명 등 총 313명이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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