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6억 달러 흑자 전환
연 370억 달러 목표 난항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가까스로 적자를 벗어났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연간 목표치인 370억 달러 흑자 달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 둔화 속 유가 에너지 가격 급등, 반도체 경기 악화 등 악재 요인이 산재해 있는 까닭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를 하향해 수정 공표할 예정이다.
8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경상수지는 16억1000만 달러로 한 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흑자규모도 241억4000만 달러로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전년 동월 대비 흑자폭은 대폭 줄었다. 9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해 같은달보다 88억9000만 달러, 누적 흑자폭은 같은 기간 432억7000만 달러가 쪼그라들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는 일본, 독일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는 현상으로 이를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라면서도 “향후 수출 흐름은 중국 방역조치 완화, 글로벌 성장세 완화 및 IT 부문 반등 등에 좌우되고 수입은 에너지 유가 움직임에 크게 좌우돼 국제경상수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경상수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수출보다 수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상품 수출은 570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억2000만 달러가 감소했다.
특히 통관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중계무역순수출(15억3000만 달러)이 23개월 만에 감소하며 전년 동월 대비 30.0%가 급감했다. 이는 2016년 11월(032.8%)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중계무역순수출은 3분기까지만 해도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향후 IT경기가 악화되고 글로벌 수요도 줄어들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서비스수지는 3억4000만 적자로 적자폭은 전월(-7억7000만 달러)보다 줄었지만, 전년 동월(-6000만 달러)보다 늘었다. 운송수입(39억8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44억9000만 달러)보다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여행수지 적자폭은 여름 휴가철 종료에 따른 반사효과로 전월(-9억7000만 달러)보다 축소된 5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면 방역조치 완화 등으로 여행자수가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적자 규모가 상당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8월 출국자수는 70만명, 9월은 62만명 수준이다.
향후 경상수지는 유가 등 에너지 가격에 달려있다. 한은에 따르면 에너지를 제외할 경우 통관 기준 무역수지는 상당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월 평균 무역수지는 123억달러, 2020년 98억 달러, 2021년 118억 달러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엔 129억달러, 하반기엔 122억달러(추정치)다. 단, 에너지를 제외한 경상수지는 산출하지 않는다.)
한은이 당초 내세운 연간 전망치(370억 달러)를 달성하려면 4분기 월평균 42억9000만 달러 흑자를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10월 무역수지는 이미 6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여기에 여전히 14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 글로벌 수출 둔화 등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표 수출상품인 반도체의 경기는 좋지 않고, 수입 품목인 석유와 에너지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며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를 달성하진 않겠지만, 하방리스크들로 연간 흑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