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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역 앞 국화꽃·음식물 쌓이는데…추모 공간, 이대로 괜찮나


입력 2022.11.09 00:17 수정 2022.11.09 00:17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참사 10일째 이태원 1번 출구 앞 국화꽃·음식·추모메시지 겹겹이 쌓여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관리로 유지…용산구청 "추모공간 개입 쉽지 않아 각종 지원만"

자원봉사자 "시민들의 조문품, 함부로 치우면 항의하고 싸움 나…썩은 음식 등만 조용히 치워"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시민 추모 공간의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전국 각지에서 조문객들이 가져온 조문품들이 쌓이고만 있다. ⓒ데일리안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시민 추모 공간의 운영이나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전국 각지에서 조문객들이 가져온 조문품들이 쌓이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추모 공간 관리에 나섰지만 "왜 조문품을 마음대로 버리냐"며 항의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아 음식물이 부패하거나 꽃이 시들면 정리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관리만 하고 있는 상태다. 용산구청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추모 공간인 만큼 개입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일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 바로 앞 인도에서 이태원역까지 60m가량 거리를 따라 추모를 위한 국화꽃과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인도 한 편에는 조문객들이 남기고 간 듯한 껍질이 까진 귤과 바나나 등 각종 음식과 꽃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차로 1개는 통제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음식물 사이로 날아드는 비둘기를 내쫓기도 하고 바람에 날려 떨어진 쪽지들을 벽에 가지런히 붙이기도 했다.


강릉에서 이태원역을 방문한 윤모(43)씨는 "새벽에 출발해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많으니 최소한 한 달 정도는 이태원역 추모 공간을 유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또 한편 직접 와서 보니 고생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 기간을 길게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시민 추모 공간의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전국 각지에서 조문객들이 가져온 조문품들이 쌓이고만 있다. 사진은 비둘기가 음식물 근처에 모여있는 모습.ⓒ데일리안

용산구에 거주하는 정모(32)씨는 "어떤 날에는 올리브영 안에 불이 켜져 있는데 추모 포스트잇이 문을 열고 들어가기 어렵게 붙어 있었다. 장사도 못하게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며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하지만 일상으로 이만 돌아와 생계를 이어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추모 메시지를 작성한 김모(38)씨는 "꽃다운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지만 추모 공간을 따로 지정하거나 국가애도 기간이 끝났으니 개인적으로 추모를 해도 좋을 것 같다"며 "직접 와서 보니 좁은 보도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물품이 계속 쌓이고 있고, 차선 하나를 아예 통제해 놓은 채로 시민들이 차로로 통행하고 있다. 아무리 경찰이 있어도 혹시 또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이태원 참사 직후 한 시민이 자원봉사를 시작한 뒤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추모 공간을 시간대별로 조를 짜서 관리하고 있다. 용산구청 건설관리과에서는 자원봉사자를 지원하거나 비상상황시 질서유지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용산구청은 자발적인 추모 공간이다 보니 섣불리 개입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시민 추모 공간의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전국 각지에서 조문객들이 가져온 조문품들이 쌓이고만 있다. ⓒ데일리안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힘든 것은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자원봉사자 A씨는 "바람 불고 비가 쏟아지면 포스트잇과 조화 등 추모 물품이 젖을까봐 전날(7일) 밤에 2시간 동안 비닐로 물품을 덮고 감싸는 작업을 했다"며 "비닐로 물품을 덮어두면 모양새가 짓눌리고 흐트러지기 때문에 오늘 새벽 5시부터 나와 복원했다. 지나가던 여성 2명이 1시간 정도 도움을 줬다. 쏟아질 것 같은 커피나 썩은 음식들은 조용히 치운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 B씨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방문해 조문하고 추모하는 물품이라 마음대로 치울 수 없다"며 "물건이 매일매일 더 늘어나고 있다. 통행에 방해될 우려도 있고 해서 물품들이 더는 못 늘어나게 해야 하는데, 물건을 더 이상 못 놓게 하면 항의하는 시민들도 종종 있다. 싸움 난다. 마음대로 정리하기 어려워 최소한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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