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9일 원안대로 중징계 확정
DLF 제재 행정소송으로 1·2심 승소
연임 염두에 둔 소송 제기에 무게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결국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향후 대응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손 회장이 재연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때처럼 행정소송에 나서며 제재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최고경영자(CEO) 사법 리스크에 따른 그룹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9일 오후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손태승 회장의 제재안을 원안대로 확정했다. 앞서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관련 사안으로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로 결과대로라면 당장 손 회장의 거취에 변동이 생긴다.
손 회장의 남은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로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이번 제재 결정에 대해 소송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이를 인용하게 되면 금융위의 징계 효력이 일시 중지되고 이 기간 중 연임에 성공할 경우 향후 법원 판결을 통해 중징계가 확정될 때까지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지난 2020년 3월 공식 회장 자리에 오른 손 회장은 앞서 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해 지배구조법 위반 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경고’ 처분을 받았을때도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금감원을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과 함께 징계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서 연이어 승소하고 대법원의 판단만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손 회장이 이번에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법리스크를 제외하면 연임을 도전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우선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조66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 지난해 실적을 넘어서며 ‘3조 클럽’ 입성을 노리고 있다.
그룹 숙원이었던 ‘완전민영화’도 손 회장의 대표 업적이다. 우리금융 최대 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12월 우리금융 지분 9.33%를 매각하면서 공적자금 8977억원을 회수하고 이듬해 5월 2.3%를 추가 매각했다.
사실상 예보가 우리금융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며 우리금융이 완전민영화를 달성한 것이다. 이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12조8000여억원을 수혈한지 23년만이다. 이를 위해 손 회장은 그룹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이며 적정 주가 형성에 기여하는 등 책임 경영에 앞장섰다.
올해 초에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2인자' 자리인 지주 사장직을 신설해 ‘외풍’을 막을 수 있는 지배구조도 구축했다. 해당 자리에는 박화재 사장과 전상욱 사장을 선임했다.
금융노조와 우리금융노조도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금융위가 우리금융에 대해 무리한 중징계를 통해 현 회장을 몰아내고 현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파다하다”며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노조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중징계를 통한 우리금융 흔들기가 계속된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손 회장으로서도 법적 해결이라는 선택지는 험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선택하면 손 회장의 금융당국과의 대치는 벌써 두 번째가 되는데다 금융사가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CEO 임기를 오래 끌고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연임때도 중징계 처분의 위험을 감내했는데 주주들이 또 다시 이같은 상황을 수용할지도 관건이다.
현재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이다. 이 중 송수영 변호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지분 4% 내외를 가진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유진더블유유한회사 등 민간 과점 주주들이 추천한 인물들이다. 결국 과점 주주들의 지지 여부가 손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