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가공식품 평균 물가 상승률 2배
업계, 하반기 줄줄이 가격 인상 예고
우유 가격상승 시작…밀크플레이션 본격화
남은 4분기 외식포함 전방위 가격 상승 가능성↑
식품기업들이 연말을 앞두고 줄줄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 등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연말을 앞두고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 소비 위축과 함께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저항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기업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하소연도 뒤따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은 평균 물가 상승률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물가 상승 기여도에서도 기름값을 앞질렀다.
가공식품 물가가 오른 것은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팜유·원유 등 올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조치로 팜유 가격도 빠르게 치솟았다. 원자재 가격은 지난 3~4월 급등했는데 가공식품 가격이 10월에 폭등한 것은 식품업체들이 기존에 수입해 둔 원료를 소진하는 데 3~6개월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공식품 가격은 한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 특성 탓에 앞으로 전체 물가 상승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공식품이 전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기여도’는 지난 1월 0.36% 포인트에서 10월 0.83% 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식품업계는 하반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하지만 업계를 둘러싼 악재가 많아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 재유행이다. 방역당국은 최근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6만 명을 넘어서면서 겨울철 재유행이 본격 시작됐다고 공식화했다.
기업들이 이 시기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 감내해야 할 부담은 더 커진다. 정부는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소비가 일시적으로 위축 될 가능성이 높고 물가상승 부담에 따른 부담 지속으로 가격 저항성이 커져 수입제품 등 대체제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 4분기,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 요소 더욱 높아
그럼에도 업계는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삼양식품은 이달 7일부터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 등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고, 팔도는 지난달부터 비락식혜와 뽀로로 등 음료 8종의 출고가를 평균 7.3% 올렸다.
최근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원유(原乳) 기본 가격을 ℓ당 49원 올리기로 한 것도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유제품뿐만 아니라 우유를 재료로 하는 빵, 아이스크림, 과자 등의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서울우유를 비롯해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원F&B, 빙그레 등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한다.
유업계는 낙농진흥회 원유 기본가격 인상과 함께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제조경비 등이 증가하면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우유는 달걀만큼 식품의 재료로 다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치즈, 빵, 과자류, 아이스크림 등 다른 가공식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당분간 장바구니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흑해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며 하락하던 국제 곡물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겨울철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릴 경우 계란 가격이 치솟아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외식물가는 오름세다. 일례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프랜차이즈 햄버거의 단품 1만원 벽이 깨졌다.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인기를 끌던 햄버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배경에는 식품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삼겹살 1인분(200g) 평균 가격은 1만9000원에 육박했다. 서민들이 즐겨먹는 냉면 한그릇은 이미 1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김밥과 칼국수, 자장면도 지난해 대비 10% 넘게 가격이 뛰었다. 금리인상 시기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먹거리 물가가 더 오를 듯 하다”면서 “주요 수입국의 물가가 불안정한 것이 국내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