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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잊고 있는 노무현 기자실 대못질 사건


입력 2022.11.13 04:04 수정 2022.11.13 04:04        데스크 (desk@dailian.co.kr)

윤석열의 ‘졸렬한 강수’는 제2세월호 선동 차단 목적

노 정부 기자실 대못질이 진짜 ‘언론 탄압’

“편파, 왜곡 보도 방치하면 더욱 기승”

노무현과 유사한 이해득실 무시 스타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윤석열은 왜 ‘졸렬한 강수’를 두게 되었을까?


그의 MBC에 대한 동남아 순방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는 대통령 윤석열과 정치인 윤석열만이 갖고 있는 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노회한 정상배들처럼 눈치를 보지 않고 이해득실도 따지지 않는다.


다른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었다면 당장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훨씬 더 많은 기자 불이익 제공 결정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단 노무현은 예외인데, 뒤에 설명). 역풍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언론을 건드리는 건 자살 행위다.


해당 언론사가 도배 기사로 항의하고, 타사 기자들이 벌떼같이 달려들고, 언론 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같은 진영의 정당과 수많은 조직들이 들고 일어서게 된다. 그뿐인가? 국제 언론 단체나 인권 기구들도 비판과 분노 물결에 뒷바람을 세게 불어줄 성명서 같은 걸 발표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의 탑승 불허 통보 시각이 그 의도와 각오, 전의(戰意)를 숨기지 않고 있다. 프놈펜 출발을 불과 30여 시간 앞둔 지난 9일 밤 9시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치졸의 극치라고 성토할 수 있는 외통수 알림이다. 조직적인 대응, 연대를 꾀하기 어렵고 민항기 탑승권 구매 정도나 할 수 있는 시간만 준 것이다.


“대통령실은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전화 문자 송신 후 해당 언론사의 지난 가짜뉴스 방송에 대한 응분(應分)의 조처임을 분명히 하는 설명을 전체 언론사에 했다.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한 국민 세금에 의한 취재 편의 제공 불허다.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告知)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어떠한 시정 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다. 왜곡, 편파 방송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나 취재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


왜곡, 편파 방송이란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불분명한 말을 특정한 자막 게시, 비(非) 중립적 공백 표기, 악의적 해석 괄호 사용 등과 김건희 논문 관련 프로그램에서 대역(代役)을 쓰고도 이를 알리지 않아 마치 본인인 것처럼 보이도록 한 기획을 말한다.


해당 방송이 가짜뉴스이며 전용기 탑승 배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강제하기 위한 ‘벌칙’ 부과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MBC는 “기내 브리핑 원천 봉쇄 등 언론의 취재를 명백히 제약하는 행위”라고 반발, 헌법 소원(訴願)까지 냈다.


이 방송 기자들은 “대체 항공 수단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현장에서 취재 활동을 할 것”이라고 성명서에서 밝힌 대로 민항기를 타고 전용기보다 먼저 도착했다.


대표적인 제도권 반윤(反尹) 일간 매체들인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이에 동조,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으나 KBS 등 그 밖의 언론사 기자들은 동승했다. 이들은 항공료가 포함된 숙식과 교통 취재 편의 제공 비용을 부담한다.


반정부 언론 단체들은 일제히 윤석열의 ‘언론 탄압’을 비난했다. 언론노조는 아스라한 옛 시절에 많이 들어봤던 표현을 사용했다. 그야말로 추억의 단어들이다.


“대통령실이 권력 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 탄압이자 폭력이다.”


이들 진보좌파가 같은 진영 대통령 노무현이 2007년 임기 마지막 해에 자행(恣行)한 ‘기자실 대못질’ 사건 때 이런 논조의 성명을 냈는지 필자의 기억에 없다.


노무현은 정부 37개 부처 기자실들을 단 3개로 통폐합, 폐쇄된 부처 출입 기자들을 쫓아내고, 허가 없이는 공무원을 만나지 못하게 했고, 기자실 전선도 절단해 버려 송고를 못하도록 했으며, 매년 선별 발급되는 전자출입증이란 걸 만들어 대통령과 정부 비판 기자들을 솎아내는 방식도 도입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권에서 이 조치가 원상 복구되지 못하도록 대못질을 해 버리겠다”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윤석열은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는 점에서는 노무현과 비슷하다. 그러나 노무현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거칠었다. 대못질은 국회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에게 자기 명패를 내던진 노무현이라는 인간형만이 벌일 수 있었던, 전체 언론 상대 패악질이었다.


같은 진영의 전임 김대중은 또한 국세청을 동원해 세무 조사로 대표적인 반DJ 신문사 숨통을 조였었다. 이런 걸 우리는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비열한 언론 탄압이자 폭력’이라고 칭한다. MBC와 언론노조는 이러한 ‘진짜’ 언론 탄압 사례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비 민노총 계열인 MBC 제3노조에 따르면 MBC는 당시 노무현 정부의 ‘대언론 만행’에 대해단 1개 기사로 보도했다. 그러나 윤석열의 이번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서는 23개 일반 기사 중 7개를 쏟아 넣었다.


윤석열이 ‘졸렬하기 짝이 없는 퇴행적 조치’(윤평중), ‘MBC를 졸지에 언론 자유 투사로 만들어준 대통령실’(진중권)이라는 등의 일부 야당 비판 논객들로부터도 조롱을 받는 칼을 빼든 것은 제2세월호 탄핵 선동 차단을 위해서다.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의혹, 논란, 사고와 기다린 듯한 ‘참사’ 주장, 사과, 퇴진 요구의 불을 지피는 게 가짜뉴스라고 보고 이것을 묵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MBC가 광우병과 세월호 선동 보도로 지난 두 보수 정권에 치명타를 가한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윤석열 정권에선 자막 조작을 저지르고도 그 자막을 지금도 홈페이지에 그대로 걸어 두고 있다.


이런 걸 방치하고 가면 그 왜곡과 편파가 점점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보고 속이 좁다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게 윤석열의 판단이다. 자막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고발 수사도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MBC 제3노조의 성명은 이런 움직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의 MBC 보도는 권력 비판이 아니라 왜곡과 선동에 가까웠다. 대통령의 사석 발언을 타사 기자들에게 알렸고, 보도 자제 요청은 앞장서 거부했으며,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까지 자막에 넣었다. 특파원은 한국 대통령이 미국 의원들에게 ‘Fucker’라는 욕을 했다고 백악관과 국무성에 알렸다. MBC는 특정 정당의 선전 도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언론 자유를 주장할 자격이 생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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