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시총 7조에서 반토막
증시 약세·수익 혁신 부족
케이뱅크가 내년 초 상장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업 가치를 둘러싼 암운이 걷히지 않으면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이 안좋은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더해지면서, 애초 원했던 몸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리란 의견이 지배적인 현실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주요 재무적 투자자에게 상장 목표 시점을 내년 1월로 잠정 결정했다고 알렸다. 지난 9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케이뱅크는 연내 상장이 점쳐졌으나 하반기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내년 상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상장 예심 유효 기간은 내년 3월까지다. 이 기간 내에 상장을 끝내지 못하면 예비심사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케이뱅크가 상장 시기를 내년으로 미룬 배경에는 약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증시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 3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폭락도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11일 종가 기준 주가는 2만7600원으로 지난 달과 비교하면 50% 넘게 올랐지만, 상장 첫날인 지난해 8월 6일에 비해서는 60% 넘게 떨어졌다. 상장 당시 33조165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약 13조155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올해 미국발(發) 금리 급등과 우크라이나 사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등 대내외 악재가 맞물려 주가가 1만원대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찍기도 했다.
이같은 카카오뱅크 주가 폭락은 상장 준비 중인 케이뱅크 기업가치 평가에도 암초가 됐다. 애초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7조원까지 거론됐다. 지난 3월 장외시장에서 케이뱅크의 주가가 2만34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으나, 이날 장외거래 시장인 38커뮤니케이션에서 케이뱅크는 1주당 98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른 기업가치는 3조7000억원에 그친다.
특히 케이뱅크를 플랫폼이 아닌 은행으로 보고 기업가치를 산정할 경우 공모가 수준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산정 당시 은행이 아닌 플랫폼으로 보고 주가순자산비율(PBR) 7.3배로 적용했으나 최근 카카오뱅크의 PBR인 2.45배를 케이뱅크에 적용하면 불리해질 수 있다. 시중은행 평균 PBR인 0.5배를 적용하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진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초 1조2500억원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자본금을 2조1515억원으로 늘렸다. 케이뱅크는 당시 내년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최근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주가가 따라오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025억원과 746억원으로 각각 20.6%, 746%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의 혁신성 부족을 꼽는다. 인터넷은행도 수익모델이 이자이익에 치중돼있다는 점을 볼 때 시중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는 가파른데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점점 시중은행과 비슷해지기 때문"이라며 "케이뱅크 역시 차별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기업가치를 크게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