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금융 융합 강화
세 가지 시나리오 검토
금산분리 제도에 대한 본격 손질이 시작된다. 금융사의 부수업무와 자회사 출자범위를 확대해 금융과 비(非)금융권 간의 융합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규제 개선과 관련해 금융업권과 핀테크, 중소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구체적인 방안을 상정·심의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원칙으로, 금융안정과 이해상충 방지,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을 위한 제도로 작용해 왔다. 다만 최근 디지털화와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금산분리 제도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대돼 왔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의 범위를 법령에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해 현행 포지티브를 추가 보완하는 방식부터, 네거티브 전환을 하면서 위험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등 총 세 가지 시나리오 안에서 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포지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현행과 같이 부수업무와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포지티브 방식으로 열거하되,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 등 기존에 허용된 업종외에도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과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감독규정 개정과 유권해석으로 신속히 추진할 수 있고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운 업종 추가에는 규정 개정과 유권해석 등 별도조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법령의 위임 범위 내인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점은 단점이다.
그 다음으로 거론되는 방안은 네거티브 전환과 위험총량 규제를 더한 방식이다.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허용하되, 자회사 출자한도 등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식이다.
새로운 업종이 출현하더라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하고 금융사가 다양한 비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돼 인력·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반면 법률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본업 관련성이 낮은 비금융업 영위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관리 부담이 증가하거나 금융부문에 전이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또 다른 방안은 앞서 두 방식을 혼용하는 방법이다.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화하고, 부수업무는 포지티브를 확대하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사 본체와 자회사를 구분해 각각의 특성과 리스크 수준에 맞게 규제를 설계할 수 있고,금융사 본체가 직접 수행하는 부수업무는 보수적으로 확대해 리스크와 이해상충 우려를 경감하며, 자회사 출자는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단, 자회사 출자 관련 네거티브화는 법률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자회사를 통한 다양한 비금융업 수행에 따른 리스크 관리 부담 증가와 이해관계자간 갈등 소지 등은 걸림돌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금융사의 업무위탁 규율체계를 개선하고 위탁범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업무위탁규정의 상위법 위임근거를 마련할지 여부, 업무위탁 규율체계를 통합·일원화할지 여부, 업무위탁규정상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허용 방식, 수탁자에 대한 검사권한 신설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규제혁신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금융업권과 핀테크·중소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구체적인 방안을 상정·심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