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사우디 투자부와 네옴 철도사업 협력 MOU
인도네시아 수도이전 AAM 사업에 이어 신도시 모빌리티 사업 주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주요국의 신도시 건설 붐을 타고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건설 사업에서 AAM(미래항공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참여키로 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건설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철도사업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방산‧철도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사우디 투자부와 네옴 철도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본계약으로 진전될 경우 현대로템은 네옴시티 철도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고속철과 전동차, 전기 기관차 등을 공급하게 된다.
네옴시티 사업은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역내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신도시를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신도시는 해안 지역에서 사막을 가로질러 내륙으로 이어지는 자급자족형 친환경 직선 도시 ‘더 라인’과 바다 위에 떠있는 지름 7km 규모의 팔각형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네옴산 해발 1500~2600m에 자리하는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네옴시티 사업에서 철도 인프라 구축이 집중되는 곳은 ‘더 라인’이다. 길이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와 맞먹는 170km에 이르지만 폭은 200m에 불과하고, 높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높은 500m에 달하는 거대한 장벽 형태의 도시로, 이곳에 900만명이 거주한다.
이런 형태의 직선형 도시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신속한 이동을 가능토록 하는 교통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네옴 더라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더 라인 끝에서 끝까지 20분 동안 이동이 가능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70km의 거리를 20분 내 이동하려면 중간 기착지에 멈추는 요인을 무시하더라도 최소 시속 510km로 달려야 한다. 대규모 여객 수송이 가능한 육상 교통수단 중 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고속철 뿐이다.
사우디 고속철 사업 규모는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도시 중간중간을 잇는 지하철, 트램 등 다양한 철도 인프라가 깔릴 것으로 예상돼 현대차그룹이 네옴 프로젝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과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네옴 신도시 사업과 함께 주목받는 글로벌 신도시 사업인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인도네시아 신수도청과 AAM 생태계 구축에 상호 협력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기존 자바섬에 위치한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영토인 동칼리만탄 내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 중으로, 이 지역 25만6000ha(약 2560㎢)의 산림 등을 개척해 수도로 조성할 예정이다.
1단계로 2024년까지 대통령궁 및 일부 공무원 조직, 주민 50만명 등의 초기 단계 이전을 마무리하고, 2단계로 2035년까지 국가 신수도를 강력한 핵심 영역으로 구축하며, 3단계로 2045년까지 모든 기반 시설 및 생태계를 개발해 세계 일류 도시로 도약한다는 장기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신수도에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AAM을 선제 도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수도 내 AAM 적용 계획을 수립하고 지상-항공 통합 모빌리티 개념을 검증하며, AAM을 시험 비행하는 등 AAM 생태계를 운영하는 실증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향후 글로벌 AAM 시장의 본격적인 개막을 이끄는 동시에 스마트시티와 AAM 인프라의 연계 모델을 보여주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