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채권 만기 맞춰 금리상승에도 손실 위험 줄여
운용사 5곳 동시 출격...ETF 출시로 투자자 접근성↑
채권에 대한 개인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자 자산운용사들이 일제히 만기매칭형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나섰다. 펀드와 채권의 만기를 일치시켜 금리 변동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내세워 채권 투자자들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NH아문디자산운용 등 5개 운용사는 오는 22일 만기매칭형 ETF를 동시 상장한다.
만기매칭형 ETF는 단일 채권을 운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채권 분산투자 ETF다. 펀드 만기와 편입 채권의 만기를 동일하게 맞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손실 리스크가 없도록 했다. 이 상품은 정해진 만기까지 채권 이자 수익을 얻다가 만기가 되면 ETF가 상장 폐지되고 원금을 돌려받는다.
일반적인 채권형 ETF가 지속적으로 채권을 편입·편출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구성으로 인해 만기매칭형은 금리 상승 위험에 상대적으로 적게 노출되면서 진입 시점의 편입 채권 평균 액면가를 감안해 대략적인 손익 계산이 가능하다.
또 금리 상승기에 채권 가격이 낮아진 상태에서 투자하면 이자 수익이 높아진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금리가 떨어질 경우(채권 가격 상승) 시세 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통상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채에 투자해 디폴트 리스크도 낮다.
유아란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기존 채권형은 만기가 없이 자동으로 재투자(롤오버)해 동일한 수준의 금리 민감도를 유지한다”며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기한 만료까지 보유한다면 시장 금리 변동과 상관없이 고객이 ETF를 산 가격에 해당하는 기대 금리를 수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10개의 채권 만기매칭형 일반 공모펀드가 출시됐다. 우리자산운용(2개), 교보악사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 흥국자산운용, 다올자산운용, DB자산운용(2개), 신한자산운용 등이 상품을 내놓은 상태다.
이번 만기매칭형 ETF 출시에 따라 채권 매매가 부담스러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접근성이 한층 개선됐다. 그동안 ETF의 존속기한(만기) 설정 금지로 인해 만기매칭형 ETF는 출시가 불가능했다. 이후 한국거래소가 지난 8월 30일 관련 기준을 개정하면서 채권형 ETF에 한해 출시가 허용됐다.
미국에선 현재 만기매칭형 채권 ETF 시장은 투자 등급 회사채 및 미국 국채 위주로 구성돼 안정적으로 운용 중이다. 미국에 상장된 투자 등급 회사채를 대상으로 하는 만기 매칭형 채권 ETF는 총 24개 종목으로 221억9000만 달러 규모다.
전문가들은 만기매칭형이 특정 시점에 만기가 되는 채권을 묶는 특성상 잔여 만기가 적을수록 금리 상승에 상대적 방어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0년 7월 말 이후 미국 국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에 채권형 ETF가 일제히 하락했는데 만기매칭형의 경우 만기가 적게 남을수록 낙폭이 차별화 됐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다만 기본적으로 채권을 편입해 운용하는 만큼 진입 시점에 따라 매매 차손이 발생할 수 있고 위험도가 높은 투기 등급 채권인 하이일드채의 경우 부도 리스크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