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李 최측근 김용·정진상 총력 방어
4선 중진 노웅래 방어에는 소극적·언급 꺼려
盧, 나홀로 해명 기자회견…당 논평도 달랑 한건
회관 압색 땐 의원 3명만 등장…대응 온도차 확연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6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서울 마포구갑)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가 싸늘하기만 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선 당 지도부와 대변인들이 나서서 조직적으로 방어 태세를 구축했지만, 민주연구원장인 노 의원의 검찰 수사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노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 자리에 함께 나타난 민주당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노 의원은 이날 "이번 수사는 철저히 기획된 야당 탄압 시나리오"라며 "이권을 청탁받고 뭘 받은 적이 없다. 제 결백을 증명하는 데 제 모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뇌물 공여자로 지목한 (사업가) 박 씨와 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본적도 없는 사람한테 수천만 원 금품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 차원의 논평도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달랑 한 건에 불과했다. 임오경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피의자 공소장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물적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검찰은 피의자 진술에 의존해 무리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민주당은 검찰의 표적·기획·조작 수사에 굴하지 않고 민의를 대변해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도 노 의원에 대한 강제 수사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노 의원에 대해 언급한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당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가 정 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비판하는 성명서를 낭독했지만, 노 의원을 방어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정치탄압 대책위원장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측근에 대한 수사는 무리한 수사라는 확신을 갖고 당이 대응하고 있다"고 했지만, 노 의원과 관련해선 "노 의원의 수사가 100% 정치탄압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엔 이른 감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검찰이 노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할 때도 5선 중진 설훈 의원과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김승원 당 공동법률위원장 등 단 3명만 노 의원이 부재한 방에 들렀다.
이 대표의 왼팔과 오른팔로 불리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때와는 확연히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고리로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과 깊게 유착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검찰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있는 김 부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고 했을 땐 박홍근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즉시 중앙당사로 집결해달라고 주문한 데 이어 당직자들은 검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당사로 속속 모여들었다. 지난 9일 검찰이 중앙당사 내 정 실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땐 당직자들이 당사 셔터를 내리고 대치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용·정진상 의혹 관련해선 당 지도부가 대체적으로 맥락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방어를 해줄 수 있지만, 노 의원의 경우엔 원래 당이 방어를 안 하던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건'의 연장선상이라 본인이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날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노 의원의 국회 사무실과 마포구 지역구 사무실,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노 의원은 지난 2020년 사업가 박 씨로부터 사업 편의와 인사 청탁 명목으로 6000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정부지원금 배정과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 청탁 등을 대가로 10억 원대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