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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특수, 韓 '투트랙 외교'의 마침표 [강현태의 빨간맛]


입력 2022.11.18 07:00 수정 2022.11.25 08:4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남북관계 특수성에 기초한 대북정책

국제질서 보편성에 기반한 대외정책

미중 전략경쟁 여파 등으로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의 연관성 커져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대형태극기가 펼쳐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 정부 최대 성과는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라고 생각한다. 해당 지침은 미국 '저항'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쳐 4년 6개월 만에 최종 해제됐다.


지침 완전 해제를 주저하던 미국은 '중국 변수'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이 사거리 제한 족쇄를 풀면 미국의 '잠재적 안보 이익'도 증대된다는 논리가 먹힌 것이다. 대북 억지력 강화라는 한반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역내 안보 기여라는 포괄적 접근으로 국익을 거머쥔 셈이다.


미국은 한국과 '정반대 접근'으로 국익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 견제에 공들이고 있는 미국은 '북한 변수'를 내세워 한미일 공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 그토록 바라던 한일관계 개선도 자연스레 뒤따르는 분위기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전략도발을 막지 못할 경우, 자국 및 동맹 방위를 위해 역내 미군 전력을 증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속내는 뻔하다.


과거 한미동맹은 '빛 샐 틈 없는 동맹'으로 묘사됐다. 최근에는 양국관계를 '철통'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나 '빛 안 새는 철통관계'라 해도 양국 국익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한국의 비약적 발전으로 한미동맹은 '일방적 수혜동맹'에서 '상호 호혜적 동맹'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한미가 각자의 국익을 추구하며 북중 변수를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정작 주목할 대목은 '지역 및 글로벌 이슈'와 '한반도 이슈'의 연관성 확대라고 생각한다. 과거엔 두 이슈를 비교적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지만, 미중 전략경쟁 심화 등으로 경계가 날로 흐려지는 양상이다.


관련 흐름은 대외정책과 대북정책을 투 트랙으로 추진해온 한국의 전통적 외교 접근법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한국 대북정책은 남북관계 '특수성'에, 대북정책을 제외한 모든 대외정책은 국제질서 등 '보편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외정책 하위 개념으로 대북정책을 구체화한 것이 아니라, 두 정책을 별도로 추진해왔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 목표는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다. 구체적 방안으론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과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국판 인태전략을 차례로 선보였다.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을 투 트랙으로 가져가는 전통적 접근법을 재확인한 셈이다.


담대한 구상과 한국판 인태전략의 '내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닐까 싶다. 최근 국제정세를 고려하면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이 별도로 작동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다만 두 정책을 연계해 '일관된 흐름'을 모색하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규칙 기반 질서'에 기여하는 한국판 인태전략에 담대한 구상을 녹여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거듭났다며 자찬했던 문 정부가 남북관계 특수성에 매달린 결과가 어땠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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