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백신 없어 살처분이 유일…물가 우려
정부·여당 대책 논의…“달걀 수급 대비”
연말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가 쌓이고 있다. 여느 해보다 이른 시점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속출하고 있다. 이들 확산형 가축 전염병이 자칫 전국 농장으로 퍼질 때 가금류와 축산물 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AI 건수는 17일 기준 총 48건이다. 이 가운데 고병원성 38건, 저병원성 3건, 검사 중 7건이다.
가금농장에서 신고된 건은 모두 16건으로 현재 검사 중인 1건을 제외하면 모두 고병원성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7일 경북 예천군 오리 농장에서 최초 발견된 이후 충북 8건, 경북·경기 각 2건, 충남·전북·강원·전남 각 1건이다.
야생조류는 건수가 더 많다. 지난달 10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에서 고병원성 1건을 발견한 이후 지난 15일까지 강원도를 제외한 모든 도에서 총 32건(고병원성 23건, 검사 중 6건)을 발견했다.
ASF도 꾸준히 늘고 있다. ASF는 지난 2019년 9월 경기 파주에서 국내 첫 발생 이후 올해 11월 현재 모두 27개 농장으로 확산한 상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ASF 감염 사례는 2664건이다.
지난해 초까지는 경기, 강원권에서만 발견되던 ASF가 지난해 말부터 충북에 이어 올해 초 경북까지 확산한 것도 우려스럽다.
환경부에 따르면 ASF는 이병률(바이러스를 옮기는 정도)이 높고 급성형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 이 때문에 멧돼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양돈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질병이다.
AI와 ASF 확산이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이들 전염병이 확인되는 경우 해당 농장은 물론 인근 다른 농장의 가축까지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AI나 ASF가 발병하면 해당 농가 가축은 살처분을 피할 수 없다.
18일 경기 평택시 포승면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항원이 검출돼 사육 중인 닭 약 6000마리를 살처분했다. 더불어 해당 농장에서 500m 이내 위치한 농가 1곳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4만5000마리도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 청주의 한 종오리 농장에서도 고병원성으로 의심되는 AI가 발견되면서 오리 8400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올해 가을 들어 충북에서만 6개 농장에서 살처분한 가금류가 79만8000만리에 달한다.
이렇게 가축들을 살처분하다 보니 축산물 물가 상승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고물가 상황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데, AI와 ASF 확산이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지난 16일 동절기 가축 질병 관련 방역 대책논의 자리를 마련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과 당정 협의를 열어 해당 질병에 대해 보고받고 어떻게 지원할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당정은 이 자리에서 야생 돼지가 축사 쪽으로 내려와 사육하고 있는 돼지와 접촉할 수 없도록 망이나 울타리를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AI는 산란계에게 영향을 줘 계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AI 감염 농가에 대한 살처분 피할 방안을 찾기로 했다. 성일종 의장은 “(AI는) 산란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계란 수급에 대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도 주문했다”며 “AI나 구제역 같은 경우 살처분이 최선인지, 살릴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없는지 농림축산식품부가 고민하고 있고, 현장과 상황에 맞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ASF는 완전 접촉 차단이 유일한 방법이라 판단, 울타리 설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성 의장은 “더 완전히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농가를 보호하는 수밖에 없다”며 “야생 돼지가 내려왔을 때 사육 돼지와의 접촉을 끊도록 망이나 울타리를 쳐야 하는데, 현재 70% 정도라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방향이고 관련 예산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장관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전염병 발생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농식품부를 비롯해 관계기관, 지자체가 힘을 합쳐 가축전염병 발생 및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