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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㊸] "눈썹 문신한 미용사 1심 '무죄'…항소심은 유죄될 듯"


입력 2022.11.21 05:25 수정 2022.11.21 05:25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5년여간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학원서 반영구 화장 혐의 '무죄'

재판부 "단순 기술 반복…의학적 지식 필요한 의료행위로 보기 어려워"

법조계 "대법원 판례와 배치…항소심에서도 무죄 나오기 힘들어"

"법원·사법부 아닌 국회·입법부의 문제…문신, 예술행위로 볼 수도 있어 새로운 입법 필요"

서울중앙지방법원.ⓒ데일리안 DB

눈썹 문신 시술을 한 미용사가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조계는 이 판결이 대법원 판결과 배치된다며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되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문신 행위가 의료행위인 침습 행위인 동시에 예술 행위로 볼 수도 있고, 의료보험 문제 등도 생길 수 있는 만큼 국회 입법부에서 새로운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6일 청주지법 형사5단독(박종원 판사)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용사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14년 6월부터 5년여간 자신이 운영하는 청주시 흥덕구 미용학원에서 눈썹, 아이라인, 입술 등을 바늘로 찔러 색소를 입히는 반영구 화장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반영구 화장 시술이 위법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시술은 색소를 묻힌 바늘로 피부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찌르는 단순한 기술 반복으로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귀걸이용 귀를 뚫는 행위가 일상화된 것처럼 해당 시술도 한정적인 의학적 지식과 기술만으로도 가능해 보인다"며 "염료 등으로 인한 부작용은 물질의 생산 유통 과정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의료법 제27조 1항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반영구 시술은 세균이 체내에 들어가 조직 내로 들어가는 '침습 행위'다. 눈썹 문신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침습 행위를 하면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992년 눈썹 문신이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있다며 의료법이 규율하는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의 '문신사법'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타투업법', 송재호 민주당 의원의 '문신·반영구화장문신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의 '반영구화장 문신사법', 최종윤 민주당 의원의 '문신·반영구화장문신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 등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6월 16일 국회에서 타투인들과 함께 타투 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류 의원은 유명 타투이스트 밤이 그린 타투스티커를 등에 붙인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류호정 의원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과 대치되는 판결이라며 항소심에서는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이동찬 변호사는 "법원이 문신으로 인해 감염의 위험이 없고 상식적으로 행해지는 관행으로 판단한 걸로 보인다"며 "전문적인 의료 행위로까지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판결"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문신을 의료 행위로 보기 때문에 의사가 아닌 사람이 못 하도록 돼 있다"며 "문신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침습 행위이고 인체 침습 행위는 기본적으로 의료 행위로 보기 때문에 의사 외에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거듭 부연했다.


의사 출신 정이원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는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침습 행위 자체를 의사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의료법 위반인 것"이라며 "재판부가 사회 상규 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라고 판단한 것은 앞서 나간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는 궁극적으로 문신과 관련된 문제는 사법부가 아닌 입법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신을 의료법상 침습 행위로만 볼 것이 아닌 예술 행위로 해석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또 지금 상태에서는 문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변호사는 "문신의 합법화 문제는 법원이 아니라 국회의 문제"라며 "법 제도 체제 내에서 무엇이 되는 행동이고 안 되는 행동인지,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법을 만들어야 의사와 판사 모두 편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우리 인체에 행하는 행위는 무조건 의료 행위로만 보고 있는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문신은 예술 행위로 행해지고 있다. 의사가 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에 맞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문신 시술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의료비 보험 처리가 안 되거나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도 "원초적으로는 법을 바꿔야 한다"며 "문신이 몸에 굉장한 해를 끼치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침습 행위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사법부보다는 입법부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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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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