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채권자에게 3070억원, 상위 10명에게 약 1조 9598억원
FTX, 정치 후원금 979억원 뿌려…창업자, 민주당 후원자 2위
파산보호를 신청한 세계 3대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상위 50대 채권자들에게 진 빚만 31억 달러(약 4조 2000억원)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TX는 20일(현지시간)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상위 50대 무담보 채권자 목록을 제출하며 이들 채권자에게 갚아야 할 빚이 31억 달러 이상이라고 신고했다.
FTX는 1위 채권자에게 2억 2600만 달러, 상위 10명의 채권자에게 14억 5000만 달의 부채를 지고 있다. 상위 10명의 채권자들은 모두 1억 달러가 넘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채권자들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개인 또는 기관 투자자들로 알려졌다.
FTX는 앞서 지난 11일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총부채가 100억 달러 이상, 채권자는 10만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후 FTX의 변호인단은 채권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어 취임한 구조조정 전문가 존 레이 3세 CEO는 지난 17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회계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확한 재무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레이 3세 CEO는 당시 “40년 구조조정 경력에서 이 정도로 완전한 기업통제 실패는 본 적이 없다. 대차대조표의 정확성을 자신할 수 없다. 이해 관계자나 법원, 실사를 진행하는 외부 감사 등도 이 지표에 의존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실제 부채 및 채권자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FT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FTX의 주요 고객들 중엔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헤지펀드 등 대규모 금융그룹도 포함돼 있었다며 향후 채권자수나 채무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FTX 경영진이 최근 워싱턴 정가에 7210만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정치후원금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뱅크먼 프리드 전 CEO를 비롯한 FTX 임원들은 지난 18개월 동안 각종 선거에 721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가상화폐 업계의 정치후원금인 7300만 달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뱅크먼 프리드 전 CEO는 8일 치러진 중간선거에 앞서 정치인 또는 정치인과 연계된 정치활동위원회(PAC)들에 3990만 달러를 후원했다. 이 돈은 대부분 민주당 정치인이나 진보단체에 들어갔다. 그는 FTX 임원인 니샤드 싱과 함께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연계된 PAC에 300만 달러를,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장과 연계된 PAC에 600만 달러를 각각 기부했다.
라이언 살라메 FTX 임원도 2300만 달러를 대부분 공화당과 보수단체에 후원했다. 그는 공화당 후보를 돕는 단체 아메리칸드림 연방행동 펀드에 1500만 달러를 지원했고,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연계된 PAC(250만 달러)와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연계된 PAC(200만 달러)에도 기부했다.
이에 따라 뱅크먼 프리드 전 CEO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 다음으로 민주당에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2위 후원자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