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베이비스텝' 단행, 기준금리 연 3.25%로 올라서
금리인상 기조 여전…차주별 대출이자 부담 더 가중
주택 매매거래 줄고 집값 하락세 더 가팔라질 듯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상하면서 주택시장의 거래절벽이 거래실종으로 이어지는 등 침체 분위기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에서 3.25%로 올리는 베이비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올 4월과 5월, 7월, 8월, 10월에 이어 사상 첫 6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예상 최종금리 수준은 3.5%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며 "최종금리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도 물가 수준이 물가목표(2%)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단 증거를 확신한 이후에나 금리 인하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2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83% 수준이다.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지난달 역대 최고인 3.88%로 올라섰고, 다음달 발표에선 4%를 넘어설 확률이 커졌다. 이에 따라 연내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선을 돌파할 거란 관측이 적지 않다.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의 최대 변수로 자리 잡은 가운데 대출 이자 부담이 종전보다 더 커지게 되면 거래절벽을 넘어 사실상 거래가 사라지는 '거래실종'까지 우려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들어 25일까지(계약일 기준)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79건에 그친다. 아직 계약 신고일이 며칠 남았으나 올 들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월(644건) 들어 1000건 밑으로 떨어진 이후 8월 671건으로 소폭 올랐다가 지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9월에는 610건으로 줄었다. 10월은 현재까지 545건으로 집계됐으나 600건을 채우기 힘들어 보인다.
지금보다 거래량은 더 줄고 집값 하락세는 더 가팔라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52% 떨어졌다. 일주일 전 –0.46% 대비 낙폭을 키웠다.
매매수급지수도 일주일 전(69.2)보다 더 떨어진 67.9로 집계됐다. 단순 수치만 놓고 비교하면 2012년 8월 첫째주(67.5)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은 만큼 시장의 매수심리 위축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 안정된 원달러 환율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 한국은행이 베이비스텝 수준으로 기준금리 인상폭을 좁혔다"며 "다만 계절적 비수기로 거래가 많지 않고 이자 부담이 가중돼 거래 부진과 매수심리 위축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