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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조 1위’ 일본 축구, 인정할 건 인정하자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2.12.03 07:00 수정 2022.12.03 07:00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우승후보 독일과 스페인 격파하고 조 1위로 16강행

엔트리 26명 중 유럽파만 19명, 두터운 선수층 자랑

유럽무대 노크하는 도전 정신과 저변 확대로 이룬 성과

지난 4월 열린 조 추첨서 스페인-독일과 ‘2022 카타르월드컵’ E조에 속한 일본 축구. ⓒ AP=뉴시스

축구에서 숙명의 라이벌이자 앙숙인 한국과 일본은 지난 4월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두 팀의 운명은 마지막에 가서야 극적으로 결정됐다.


한국은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와 H조, 일본은 스페인, 독일, 대륙간 플레이오프 승자(코스타리카)와 E조에 편성됐다. 특히 유럽 최강이자 우승후보인 스페인과 독일이 포함된 E조는 ‘죽음의 조’로 꼽혔다. 반면 한국이 속한 H조는 수월하진 않아도 그나마 해볼만하다는 평가였다.


한국이 E조로 들어갈 수 있었던 확률은 50%였다. 다행히 H조로 편성이 되면서 한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일본이 죽음의 조에 들어가자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표정은 잠시 굳어졌다.


하지만 모리야스 감독의 자신감은 여전했다. 죽음의 조에 속한 것과 상관없이 일본의 목표는 ‘월드컵 8강’이라고 외쳤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일본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비웃었다. 스페인과 독일은 물론 코스타리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일본 축구의 자신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일본은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잇따라 격파하고 당당히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4년 전 러시아에서 한국 대표팀이 독일을 격파하고 이뤘던 ‘카잔의 기적’을 일본도 해냈다. 오히려 한국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무적함대’ 스페인까지 격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비록 스페인이 일본전에 1.5군을 가동했고, VAR 오심 논란도 잇따르고 있지만 월드컵에서 피파랭킹 24위 일본이 7위 스페인을 꺾은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죽음의 조를 1위로 통과하면서 일본은 또 다시 한국을 넘어섰다. 한국 축구는 최근 일본을 상대로 두 차례 ‘0-3 참사’를 겪었지만 ‘월드컵에서만큼은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일본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2개 대회 연속 16강에 올랐고, 한국(6승)을 넘어 아시아 본선 최다승(7승)도 달성했다. 냉정하게 이제는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는 입장이 됐다.


23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역전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일본의 선전은 단순한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다.


일본은 이번 월드컵 최종 엔트리 26명 중 무려 19명이 유럽파일 정도로 두터운 전력을 과시했다. 유럽파 숫자만 놓고 보면 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이다. 한국은 유럽파가 8명인데 일본은 분데스리거만 8명이다.


유럽 곳곳에 선수들이 나가서 뛰고 있는 일본은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이번 월드컵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유럽 무대를 노크하는 도전 정신은 한국도 배워야 할 부분이다.


손흥민(토트넘) 같은 대형 선수는 없지만 오히려 누구 한 명에 의존하지 않고, 3명의 유럽파가 조별리그서 4골을 책임지며 일본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반면 한국은 손흥민이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지만 이제는 한국도 일본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다시 한 번 한국 축구의 미래를 설계하며 심기일전이 필요한 때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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