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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하는 울산항③] 불붙는 그린 연료 쟁탈전…동북아 ‘에너지 물류허브’ 선점


입력 2022.12.08 06:30 수정 2022.12.08 06:3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액체화물 물동량 1위 ‘울산항’

화석연료 대체 그린에너지 시대

해외 수입 수소 인수기지 구축 등

수소·암모니아 중심 물류허브 도전

울산항 전경. ⓒ울산항만공사

울산항은 순수 액체화물 물동량 기준 국내 1위 항만이다.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와 같은 대형 석유화학공업단지 배후 항만으로 연간 2억t이 넘는 화물을 처리한다. 화물처리량만 계산해도 국내 3위 항만이다.


액체물류특화항만으로 구분할 수 있는 울산항은 원유는 물론 휘발유와 디젤, 항공유 등 석유제품과 각종 화학제품, 액화 가스 등을 주로 취급한다.


울산항만공사는 지난 몇 년간 다른 항만과 차별화를 위해 울산항의 장점인 액체물류를 특화해 에너지 물류허브 구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친환경 시대’에 맞춰 액화천연가스(LNG)와 그린수소·암모니아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울산항만공사의 그린수소·암모니아 물류허브 사업 배경에는 정부의 ‘수소경제이행기본계획’이 자리 잡고 있다.


수소경제이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소량은 2030년 기준 약 200만t, 2050년 기준 최대 23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친환경 에너지 사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울산항만공사는 2030년까지 울산항 내 해외 그린수소 물류거점인 ‘수소(암모니아) 탱크터미널’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북신항 3개 선석(항구에서 배를 대는 자리)을 2단계로 나눠 수소 전용 선석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울산항만공사는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결집해 ‘구매, 해운, 저장, 국내 유통, 수요’ 전(全) 주기 해외 그린수소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항이 그린수소 물류허브로 적합한 이유는 그간의 경험 때문이다. 울산항은 이미 오랜 기간 위험화물로 분류되는 석유와 석유화학, 액화가스 등을 취급해 왔다. 특히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을 통해 상당한 시설과 전략을 갖춘 상태다.


다른 항만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부산항과 인천항에서도 LNG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시설을 조성하려 노력해 왔으나 위험성과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반면 울산항은 오일허브 사업을 통해 이미 LNG 전용 부두를 확보했고, LNG 저장시설(2기)도 착공한 상태다.


울산항만공사는 지난 7월 울산항 청정 수소·암모니아 터미널 구축 타당성 조사를 위해 한국석유공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울산항 배후에 국가 산업단지가 존재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울산에는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 제조업, 조선업 등 국가 기간 산업들이 밀집해 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는 미포산단과 온산산단 등 거대 산단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 결국 이들 산단에서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신해 그린수소나 암모니아 등 저탄소 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울산항만공사는 지난 2020년부터 울산항 해외 수입 수소 인수기지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민간 기업과 협업을 통해 울산항만공사에서는 부지와 전용 부두를 조성하고 민간에서는 수소 발전소 구축과 인수기지 구축을 맡는다.


수입 수소 인수기지를 구축하면 단순하게 발전소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 공급망 구축을 통해 다양한 수소 산업의 국내 수요와 연계해 발전할 여지가 크다는 게 울산항만공사 판단이다. 더불어 울산 내 수요를 넘어 전국에 그린수소를 공급하는 거점으로의 역할도 기대한다.


사업 여건은 좋다. 정부는 2019년 울산시를 수소시범도시로 선정했다. 2020년에는 울산을 수소 관련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수소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최근 상용차 부문에서 수소연료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 북신항 3개 선석을 해외 수소(암모니아) 수입·저장, 국내외 공급을 위한 수소 전용 탱크터미널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 사업으로 5만DWT급 선석 1개를 오는 2030년까지 완료하고, 1단계 사업 성과와 연계해 2단계 사업으로 5만DWT급과 2만DWT급 선석을 각각 조성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만 에너지 허브 1단계 1조6811억원, 배후단지 2공구 조성에 1조770억원을 예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동서발전, 롯데정밀화학, 현대글로비스, SK가스 등과 ‘그린수소 물류허브 사업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더불어 지난 7월에는 2단계 사업을 위해 한국석유공사와 타당성 연구 용역 업무협약을 맺었다.


울산항만공사가 에너지 물류허브 구축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간단하다. 크게는 국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고, 작게는 신규 물동량을 늘려 항만시설 사용료와 임대료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기술, 소재, 장비, 부품, 건설, 조선 등 부대 사업에서 발생하는 간접 경제 효과도 작지 않다. 민간투자를 통한 신사업으로 일자리 창출하고 동북아 대표 에너지물류항이라는 울산항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항만 차원에서만 고심한다고 실현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며 “생산과 가공, 운송, 보관, 저장, 유통, 선박 건조, 액화 기술, 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이해관계자들이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약하는 울산항④] 김재균 사장 “친환경 시대, 새로운 항만 발전 모델 그릴 것”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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