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국내 햄버거 시장 전성기
생일파티·만남의 장소로 빠르게 성장
2000년대 들어 침체 시작…부정이슈 잇따라
정크푸드 인식·이물질 이슈·경쟁치열 등 원인
국내 외식 시장을 주름 잡았던 패스트푸드 업계의 침체가 가속화 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먹거리 문화와 소비패턴이 변하면서 막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잊을만 하면 터지는 이물질 이슈와 경쟁심화 등이 결정타로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햄버거 시장의 전성기는 1990년대다. 과거 생일파티 장소는 패스트푸드 매장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신촌 맥도날드 앞은 만남의 장소로 통했다. 햄버거는 당시 젊은 세대들의 유행의 산물로 토종업체와 해외업체들의 경쟁이 불붙으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롯데리아가 1979년 국내 최초로 서양 외식 문화인 ‘햄버거’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으로 재해석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1998년 불갈비버거, 1999년 라이스버거, 2002년 김치라이스버거 등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한 제품들을 속속 출시해 큰 사랑을 받았다.
뒤이어 버거킹과 맥도날드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시장을 크게 팽창시켰다. 버거킹은 1984년 국내에 들어온 최초의 외국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맥도날드도 1988년 압구정에 첫 번째 매장 문을 열면서 햄버거 시장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2000년대 ‘반 패스트푸드 운동’으로 성장세가 주춤했고, 2010년대 들어서도 ‘햄버거병(용혈성 요독 증후군)’ 파동과 함께 건강식 수요가 높아지면서 ‘정크푸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침체됐다. ‘인스턴트’로 인식하는 선입견의 장벽이 성장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매년 터지는 위생 안전 이슈 역시 소비자를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햄버거에서 이물질이 나오면서 소비 주도권을 가진 엄마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주요 업체들은 뒤늦게 주방을 공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떠난 소비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패스트푸드를 향한 선입견은 일부 서민들에게도 큰 타격을 입혔다. 통상 프랜차이즈는 퇴직 인력들이 몰리는 베스트 업종으로 꼽히는데, 업황이 어려워지고 다양화되면서 그들의 창업 기회와 함께 일자리 역시 위태로워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한 때, 코로나19 사태와 만나 배달과 혼밥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특수를 누리기도 했지만,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재반전됐다. 출생률 감소에 따른 아동 인구 감소, 다른 외식 메뉴와의 경쟁으로 햄버거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프리미엄’으로 무장한 미국 유명 햄버거 브랜드의 상륙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위기감은 더욱 높아졌다. 포화 상태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양한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는 업체가 늘면서 업계는 다시 한 번 경쟁력을 잃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를 배경으로 패스트푸드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경쟁력 강화 만이 현재의 위기를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마케팅 활동 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아 꾸준히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명 브랜드가 국내에 잇따라 들어오고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에게 맞는 서비스와 운영 전략이 필요할 듯 보인다”며 “향후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도록 하는 것이 관건일 듯 하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지각변동③] 재도약 성공 할까…각기 다른 전략 마련에 속도>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