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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 압력 약화에도 향후 증시는 결국 파월이 결정?


입력 2022.12.14 15:00 수정 2022.12.14 15:0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CPI 전망치 하회로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감 ‘업’

증권가 신중론 지배적…불확실성 불안감 여전

연준 FOMC 회의 후 경제·금리 전망 발언 주목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내 한 직원의 PC 모니터 화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 기조에 관해 전망한 기사가 띄워져 있다.ⓒ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신호가 나타났지만 향후 증시 흐름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물가지수가 인플레이션 강도가 낮아지는 신호로 해석되기는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결국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 연말 증시 흐름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물가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시선은 연준의 정책 금리 인상 관련 코멘트에 쏠리는 모습이다.


미국 노동부는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가 전년 동월대비 7.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3%)도 하회한 수준으로 전월인 10월 상승률(7.7%)보다 둔화된 것이자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상승 폭이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8%가 넘었던 CPI 상승률이 10월 7.7%로 둔화한 데 이어 이제는 7% 초반대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일 발표된 미국의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Producer Price Index)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착화됐다는 우려가 나오던 것에서 분위기가 달라지게 됐다. 11월 PPI는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이 7.4%로 나타나 시장 전망치 7.2%보다 0.2%포인트 더 높았다.


PPI는 제조자가 판매한 상품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전체 인플레이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의 선행지표다. 실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높은 수치는 물가 압력에 좋은 신호는 분명 아니다.


전망치보다 낮은 CPI 발표로 분위기는 달라졌지만 아직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물가 압력 강도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며 낙관론을 제기하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신중 모드가 지배적인 분위기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날 ‘11월 물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게’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7%대 물가 상승률 자체는 달갑지 않다”며 “미국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해 얕고 짧은 침체를 경험한다면 역설적으로 추가 물가 하락 폭도 드라마틱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도 “11월 물가 데이터는 유가 하락에 기댄 부분이 컸다”면서 “그러나 현 70달러 수준의 유가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미국의 전략비축유 저장 및 중국 리오프닝 전개로 유가가 반등한다면 인플레이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 부문 물가는 임금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향후 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이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전경.ⓒAFP=연합뉴스

이 때문에 증권가의 시선은 연준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13일과 14일 양일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정례회의를 마치고 14일 정책금리를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연준의 내년 경제 전망과 ‘피벗’(pivot·정책 전환) 가능성에 보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 온 연준이 이번 물가 지표를 보고 긴축 속도를 완화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강도가 어느 수준에서 나올지가 관심사다.


일단 빅스텝이 유력한 만큼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4.25~4.5% 수준으로 올라가는 가운데 회의 후 내놓을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에서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4.5~5%에서 4.75~5.25%로 높이면서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CPI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꿈쩍하지 않을 만큼 컨센서스(시장 전망치)가 견고해 내일(한국시각 15일 새벽 3시) 발표될 12월 FOMC 회의 결과는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인상이 매우 유력하다”며 “내년 1분기에 50~75bp 를 추가로 올려 5.0~5.25%를 만들어 유지시키는 것이 현재의 눈높이”라고 분석했다.


이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도 연말까지 불안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13일 미국 뉴욕 증시가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 둔화에 장 초반 2~3% 상승세를 보이다 연준 FOMC 회의에 대한 경계감으로 상승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방증이다.


특히 금리 속도조절론을 놓고 매파(통화긴축 선호) 위원들과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위원들간 이견이 더욱 커지면서 다음 회의인 내년 2월 금리 인상 폭을 놓고도 격론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 폭이 줄고 결국 동결로 가더라도 상호 이견 심화로 금리 인하 시기가 뒤로 늦춰질 수 있어 국내외 증시는 내년에도 쉽지 않은 흐름이 점쳐지고 있다.


안영진 연구원은 “연준 내부에서 속도조절에 대한 갑론을박이 연준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건 이미 밝혀진 사실”이라며 “앞으로 점도표에 찍힐 최종 금리 수준과 금리 인하 시점에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진이 연구원도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고 내년 2∼3월 25bp씩 인상해 최종금리 5.0%로 긴축을 마무리하더라도 내년 내 인하를 선택하기보다 그 금리 수준을 상당 시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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