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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의료법 위반 아냐"…의협 "오진 발생 우려"


입력 2022.12.23 04:49 수정 2022.12.23 04:49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초음파 진단기' 이용해 진료한 한의사,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 넘겨져

대법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보건위생 위해 발생시키지 않아"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새로운 기준 필요"

의협 "초음파 기기, 위험한 기계이고 의사들도 숙련 필요…오진 발생 우려, 환자만 고통스러워질 것"

대법원 ⓒ데일리안DB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진료에 사용해도 의료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의협은 "초음파 기계 자체가 엄청 위험한 기계이고 숙련도를 요구하는 만큼 오진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엔 환자 입장에서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의사 A 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0∼2012년 한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해 진단하는 등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A 씨는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해 진료하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한의사들이 정규 과정에서 초음파 진단기 사용 방법을 교육받는 만큼 한의사 면허 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모두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초음파 진단기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해 개발됐다고 볼 수 없고 한의사 전문의 전문과목에 영상의학과가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반면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의료공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종전과 다른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해당 의료기기에 관해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적 규정이 있는지, 한의사가 해당 기기를 진단 '보조 수단'으로 쓰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등을 새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한의사가 진단 보조 수단으로 쓰더라도 통상적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한의사가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없으면서 진단용 의료기기인 경우에 한정해 보조 수단으로 쓰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초음파 진단기와 달리 방사선을 이용한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는 한의사의 사용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우리 의료체계는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하는 이원화 원칙을 취하고 있고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해 면허를 부여하는 만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헌재의 판단에 대해 "초음파 기계 자체가 엄청 위험한 기계다. 단적으로 (초음파 기계를 잘못 사용하면) 오진 발생 가능성도 있다"며 "의사들 간에도 초음파 기기 사용에 대한 숙련도 및 정확도 차이도 매우 크다. 결국엔 환자 입장에서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가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오늘 밤에 긴급하게 회의를 할 예정이다"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회의 결과가 나와봐야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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