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019년 11월 남하 탈북 어민 나포 닷새 만에 北강제송환
탈북 어민, 판문점 통해 강제송환 당시 격렬히 저항
'북송 과정 총괄' 정의용 곧 소환할 듯…내년 초 관련자 기소 마무리 예상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원 매뉴얼 위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내부 지침(매뉴얼)을 어긴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 매뉴얼에는 귀순·탈북민이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귀북 의사'가 분명한 경우 송환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북송된 탈북 어민 2명에게 귀북 의사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북측 추격을 피해 도망치다 남하한 어민들에게 북한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될 당시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러한 내용을 고려하면 검찰은 탈북 어민에 대한 국정원 합동 조사를 조기 종료시키고, 강제 송환을 지시한 것은 부처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당시 정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산된 보고서 내용 일부가 삭제되거나 수정된 정황도 수사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 어민 나포 이틀 후인 2019년 11월 4일 청와대 대책 회의에서 강제 북송 방침을 결정하고, 국정원에 '합동 조사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
국정원 지휘부는 합동 조사보고서에서 '귀순 의사 표명 및 강제수사 건의'를 삭제하고, 대신 '대공 혐의점 없음 결론'을 적어 통일부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휘부의 이러한 행동이 북송 결론에 맞춰 허위공문서작성을 지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서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전 정부 안보 정책 책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제기된 의혹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매뉴얼은 실무자들이 업무에 참고하는 내부 지침일 뿐, 의사결정권자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율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보고서에서 삭제되거나 수정된 부분은 사실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실무자의 의견이라며, 이미 상부에서 송환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무의미해진 내용을 고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서 전 원장 등을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강제 북송 과정을 총괄했던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초쯤 관련자 기소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2일 북한 민간 어선이 국경을 넘어 남하하다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에 나포되며 시작됐다.
조사 결과 어선에 타고 있던 어민들은 동해상에서 조업 중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망친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을 나포 닷새 만에 강제 북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