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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 불어온 한국인 지도자 열풍, 왜?


입력 2023.01.04 08:11 수정 2023.01.04 08:18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AFF컵 4강 진출팀 중 3팀이 한국인 지도자로 구성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하는 자세, 풀뿌리부터 바꾸는 중

4강서 박항서 감독(베트남)과 맞대결을 벌이는 신태용 감독(인도네시아). ⓒ AP=뉴시스

빅매치 성사다.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동남아시아에 알리고 있는 박항서 감독(베트남)과 신태용 감독(인도네시아)이 ‘동남 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컵 4강서 맞대결을 벌인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3일(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이하 AFF컵) 미얀마와 조별리그 최종전서 3-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조별리그 4경기 무패(3승 1무) 행진을 내달린 베트남은 B조 1위를 확정 지으며 무난하게 준결승 무대에 안착했다.


베트남의 4강전 상대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역시 필리핀과의 최종전에서 2-1로 승리, 3승 1무를 기록하며 태국에 골득실서 뒤진 A조 2위에 올랐다.


이로써 이번 AFF컵 4강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와 디펜딩 챔피언 태국의 매치업으로 결정됐다. AFF컵 4강전부터 결승전까지는 홈&어웨이 2경기를 통해 승자를 가린다.


주목할 점은 4강팀들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이다. 한국 출신 사령탑이 무려 3명에 이르고 있어 동남아시아 축구에 K-열풍이 불고 있는 것.


성과도 대단하다.


2017년 가장 먼저 발을 디딘 박항서 베트남 감독은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을 한 경우다. 박 감독은 약체 이미지를 벗지 못한 베트남 축구에 뛰어들어 풀뿌리부터 다지는데 성공했고 근본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전술 이해도 및 선수들의 기술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2018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신화를 시작으로 2018 AFF컵 우승, 2019 AFC 아시안컵에서 베트남 축구 역사상 두 번째 8강 진출, 2022 FIFA 월드컵에서는 역대 최초 아시아 최종 예선 등의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귀빈 대접을 받고 있으며 이번 대회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돼 지휘봉을 내려놓을 계획이다. 선수들 역시 박 감독을 아버지처럼 따르고 있어 반드시 우승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박항서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베트남 사령탑에서 물러난다. ⓒ AP=뉴시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은 1년간 휴식을 취한 뒤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의 지휘봉을 잡았다. 인도네시아 역시 직전 대회였던 2020년 AFF컵에서 결승에 진출,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던 김판곤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 역시 소임을 다한 뒤 현장으로 돌아갔다. 이미 홍콩 대표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김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말레이시아였고 이번 대회 4강에 올라 지난 대회 챔피언인 태국과 맞대결을 벌인다.


축구 열기가 상당한 동남아시아에서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인 지도자들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경직된 분위기와 현실에 맞지 않는 전술 등으로 인해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


그러자 선수단에 성실함을 요구하고 기본기를 다지는 것에 중점을 두는 한국인 지도자들이 대세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인 지도자들은 성인대표팀 외에도 각급별 대표팀까지 책임지며 해당 국가의 축구 시스템 자체에 변화를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약체였던 한국의 4강 신화를 경험하며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와 같은 노하우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식시키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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