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11% 급증…부실 차주 증가
자산 건전성 지표도 악화 '이중고'
신용카드 연체액이 1년도 안 돼 1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1조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과 카드 대금 등을 제 때 갚지 못한 서민들이 그 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서민경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카드 연체가 쌓이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의 1개월 이상 연체액은 1조407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0.8%(1366억원) 늘었다.
카드사 연체 증가는 서민경제의 불황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지난해 서민 경제가 그 만큼 어려웠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최근 3년간 카드사의 연체액이 1조4000억원 넘긴 것은 2020년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연체 보유량이 344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카드(2790억원) ▲현대카드(1941억원) ▲삼성카드(1934억원) ▲롯데카드(1662억원) ▲우리카드(1347억원) ▲하나카드(780억원) ▲비씨카드(177억원) 순이었다.
조사 대상 기간 증감률로 보면 비씨카드가 371.7%로 가장 높았다. 이는 지난해 자체 카드업을 시작하면서 이용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어 ▲우리카드(56.8%) ▲신한카드(19.7%) ▲현대카드(13.7%) ▲국민카드(9.4%) ▲롯데카드(8.0%) 순이었다. 반면 삼성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17.2%, 3.0% 감소했다.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연체율은 카드사의 총 여신중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1개월 이상 연체상태에 있는 연체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로,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1개월 이상 평균 연체율 0.84%로, 전년 말보다 0.04%포인트(p) 올랐다.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3월 말 0.83%를 기록한 후 6월 말 0.79%로 낮아졌지만 다시 반등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국민카드가 0.99%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롯데‧현대 카드(0.93%) ▲우리카드(0.91%) ▲신한카드(0.86%) ▲하나카드(0.77%) ▲비씨카드(0.73%) ▲삼성카드(0.70%) 순이었다.
금융권은 카드사들의 연체액과 연체율이 동반 상승한 배경으로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등 대출 규모 증가를 꼽고 있다. 이중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대출 마케팅을 펼친 점도 한 한 몫 했다는 의견도 더해진다.
실제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이용 잔액은 지난해 10월 6조5516억원에서 11월 6조6052억원으로 증가했다. 리볼빙 이월 잔액 역시 지난해 11월 말 7조210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0월 말 보다 1349억원 늘어난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조2208억원 증가했다.
특히 카드론의 경우 별도의 신용심사가 없는 대출상품이라는 점에서 이용자들이 손쉽게 택할 수 있어 증가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다중 채무자이거나 취약차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카드대금이나 대출을 제 때 갚지 못한 채무자들도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은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와 함께 향후 취약차주들의 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올해 인플레이션 지속과 고금리로 인한 부실채권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이라며 “정부차원에서 취약차주들에 대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