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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무인기, 尹 경호구역 침범…軍, 입장 번복에 국정원과 '엇박자'까지


입력 2023.01.06 00:00 수정 2023.01.06 09:16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국방장관까지 선 그었던

비행금지구역 침범 확인돼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 두고

국정원과 결 다른 입장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전경(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북한 무인기 5대 가운데 1대가 대통령 경호구역을 침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일대에 지정된 비행금지구역(P-73)으로 무인기가 진입했을 수 있다는 야당 의원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던 군 당국이 일주일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지난주부터 진행된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조사 결과, 지난달 26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73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된 구역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둘러싼 3.7㎞의 구역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구를 비롯해 서초구·동작구·중구 등도 일부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용산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며 "구체적인 항적에 대해서는 군사보안상 말씀드릴 수 없다. 스치고 지나간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P-73 침범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초기 분석에서 무인기로 판명나지 않았던 항적이 정밀 분석을 통해 무인기로 평가됐다는 게 군 당국 설명이다.


우리 군 탐지 자산에 미상 항적이 포착되긴 했으나 최초엔 이를 무인기로 식별하지 못했고, 현재 진행 중인 전비태세검열 과정에서 기존 판단에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합참 관계자는 "작년에만 해도 100여 건 이상의 상황이 있었다"며 "새떼인지 풍선인지 드론인지 확인하고 조치가 돼야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작전요원이 '(무인기가) 아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조사하다 보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군 당국이 불과 일주일 전 P-73 침범 가능성을 제기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강한 유감'을 표했던 만큼, 이번 입장 번복으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는 평가다.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의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가정보원과 '엇박자'를 노출하며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합참 관계자는 "(대통령실) 촬영은 못 한다고 본다"고 말했지만,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


정부는 무인기를 활용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각종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앞서 국방부는 전날 합동드론사령부 설립, 스텔스 무인기 개발 등의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전력화까진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 도발 불용 및 단호한 대응을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북한의 추가 영토 침범 시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를 지시한 것 역시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군사합의 영향으로 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추가 영토 침범 시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통해 감시·정찰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군사합의는 비무장지대(DMZ)를 기준으로 남북 10~40㎞ 이내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공중 정찰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북 확성기 카드도 만지작


정부는 대북 확성기 카드도 만지작대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당시 대북방송 재개로 공식 유감 표명을 이끌어냈던 만큼, 북한이 민감해하는 심리전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군사합의 효력 정지 시 남북관계발전법 23조에 근거해 대북 확성기 방송 및 대북 전단살포 등을 재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발전법 23조는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24조는 남북합의에 따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금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금지 △전단 등의 살포 금지 등을 적시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군사합의에 대한 효력 정지가 이뤄질 경우, 남북관계발전법 23조에 근거해 24조에 명시된 "금지 행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법적 검토를 현재 해당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 등을 지속적·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데 대해 압도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을 해나가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MDL) 교하소초에서 군장병들이 고정형 대북 심리전 확성기 시설을 철거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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